
《Frieze Seoul 2024》 전경 ©Thiscomesfrom
대한민국의 미술 시계를 9월에 맞추어 놓게 하였던 키아프와 프리즈가 여러 가지 성과로 마무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9월 첫째주에는 많은 행사들의 반의 반도 참여를 못했지만, 몇 시간 단위로 계속 다른 일정이 발생하면서 차에 기름이 떨어져도 주유하러 갈 시간조차 부족하기도 했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생 관계는 3년째인데, 수백억 대에 달하는 비현실적인 작품들이 들어왔던 첫해에 비하여 현실적인 가격대와 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전반적으로 아트페어 기간인 4일-8일은 너무나 짧았고, 언급하지 못한 외부 행사도 무척 많았으며, 외부 전시는 아트페어 기간보다는 좀더 길게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여기 다 언급하지 못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EMAF x Frieze Film, 해외 미술관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함께 작가 작업실을 방문한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하이라이트(Kiaf HIGHLIGHTS)’를 통한 작가와 갤러리 발굴

최지원, <Path to the Past>, 2024, oil on canvas, 227.3 x 162.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이세준, <최대한 가깝게, 그러나 불 타지 않을 정도로만>, Acrylic mixed media on canvas, 80x111cm, 2020, Courtesy of the artist and Space Willing N Dealing
페이지 지영 문(Paige Jiyoung Moon),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ve Turner
요한 판크라트(Jochen Pankrath), <Abstrakte Philosophen XVI (Abstract Philosophers)>, Courtesy of the artist and Bode Galerie
베티 머플러(Betty Muffler) Kiaf SEOUL 2024 설치 전경, Images courtesy of the Artist, Iwantja Arts and Jan Murphy Gallery Photography by Creative Resources, Seoul.
키아프에서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서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New Discoveries & Encounters’라는 주제로 주목해야 할 세미파이널 작가를 10명 발표하였다. 전시 기간 중에 파이널 리스트 3인 강철규, 김은진, 최지원를 선정하였다. 아라리오 갤러리와 금산 갤러리 등 전통적인 갤러리에서 배출하기도 했지만, 비교적 신진 갤러리인 디스위켄드룸과 함께 협업한 최지원 작가가 선정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세미 파이널 10명에 스페이스윌링앤딜링의 이세준 작가처럼 송은, 고양시의 해움새들 레지던시 등 동시대 한국 미술계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력을 쌓아온 작가가 선정된 점도 눈에 들어온다. 서원미(라흰갤러리), 한진(갤러리SP) 등 소리없이 강한 갤러리들의 선정도 좋았지만, 베티 머플러(Jan Murphy Gallery) 등 작업실 어디에선가 고군분투한 흔적들이 하나하나 보이는 작업들도 눈에 들어왔다.
전통적인 강호와 신생의 공존

김윤신 솔로 부스 Kiaf SEOUL 2024 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좌), 백남준, Sfera Punto Elettronico, Mixed media, 320x250x60cm, 1990,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kgojae Gallery(우)
키아프/프리즈에서는 전통적인 국내의 갤러리는 더욱 많은 신작들과 솔로 부스를 보이고, 몇 년 전부터 진입중인 갤러리들도 9월만을 기다리며 보내온 시간들이 느껴졌다. 국제갤러리와 학고재는 각각 키아프/프리즈에 출품하면서 다른 구성으로 선보였고, 국제갤러리 키아프에서 김윤신 작가의 조각이 눈에 띤다면, 프리즈의 학고재에서는 백남준을 비롯한 전통적인 작가들을 선보였다. 국제 갤러리에서 김윤신 작가를 구순이 다된 최근에야 전속으로 맞이하였으니, 작가 발굴의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갤러리들이 삼청동에서 선보이는 개인전과 토크, 파티까지 생각한다면 전시의 구성은 삼청동, 키아프, 프리즈로 몇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갤러리2, 조현화랑, 원앤제이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신건우, 김수연, 이배 등이 눈에 띠었고, P21에서 신민 작가를 발굴한 점도 눈에 띄었다. P21은 매해 1-2명씩 새로운 작가들을 중요한 아트페어에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 현대에서 전준호 작가의 파격적인 조각을 솔로 부스로 보인 것도 이슈가 되었다. 싱가폴의 STPI는 판화 기법으로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협업을 하는 갤러리인데, 개념도에 가까운 김범의 작품도 흥미로웠다.

강석호, Courtesy of the artist and Tina Kim Gallery(좌), 살바토레 만지오네(Salvatore Mangione) ©Thiscomesfrom(우)
제 2회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 최고은 ©Thiscomesfrom(우)
작년부터 프리즈에 참여하고 있는 에이라운지 갤러리와 실린더 등 국내에서 떠오르는 갤러리가 꾸준히 참여하고 솔로부스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티나 킴(Tina Kim) 갤러리에서도 이미래, 강석호 등을 보이며 한국 작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갤러리 조선의 민성홍 작가도 경기도미술관 집중조명에 선정되며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동시에 프리즈에서 작품이 발표되어 다양한 면을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아니카 이(Anicka Yi)의 작품을 선보인 글래드 스톤(Glad Stone), 일찍부터 한국에서 분점을 열어 활동하고 있는 리만 머핀(Lehmann Maupin) 등이 부스의 동선, 작품 큐레이션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투안 앤드루 응우옌(Tuan Andrew Nguyen)의 솔로 부스를 마련한 베트남계 갤러리 퀸(Galerie Quynh)은 프리즈 서울 스탠드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강석호 작가는 티나 킴 갤러리, 살바토레 만지오네(Salvatore Mangione)의 글래드스톤 갤러리 등 작고 작가들의 새로운 전속 갤러리를 찾게 된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었다. 최고은 작가가 제 2회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을 한 점도 눈에 띠는데, 작품이 좀더 좋은 위치에 설치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Installation view of Gladstone Gallery at Frieze Seoul 2024. © Gladstone Gallery. Courtesy of Gladstone Gallery. Photography by Andrea Rossetti.
예전에는 개인전을 한번 갤러리에서 열고, 개인전에서 좋은 반응이 있는 시리즈를 아트페어에서 선보였지만, 최근에는 아트페어에서 좋은 신작을 보이도록 준비하는 것도 달라진 경향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작가와 갤러리에서 9월에 최선의 신작과 이슈를 만들어내야 하다보니 1년의 성과는 9월에 달려 있게 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예전에 어떤 해외 아트페어를 나가서 성공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시기를 뒤로 하고, 지금 우리나라의 갤러리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작가들을 다룰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토크’와 ‘나잇’으로 이어진 미술 컨텐츠

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 ©고윤정
키아프와 프리즈, 혹은 이 두 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에서는 여러 가지 토크와 밤 10시까지 열리는 을지, 삼청, 한남, 청담 나잇을 준비하였다. 이번에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준비한 키아프 토크(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은 유독 눈에 띤다. 별도로 마련된 토크 공간도 내용에 집중하기에 매우 적절하였으며, 예술과 사회의 상호작용, 동시대 미술계에서 미술시장과 비엔날레의 관계, 기술 전환 시대의 예술 등에 대해서도 다루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 여성미술을 조명하는 등 아트페어의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현장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을 초대하였다. 무엇보다도 미술시장에는 아트페어만 있고, 전시 기획에는 비엔날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대해서 다루었던 점들이 눈에 띠었다. 패널의 초대도 미술시장 전문가 외에도 해외 큐레이터, 작가, 한국의 미술사학자, 비영리기관 큐레이터 등 교차를 시켜 주요 내용이 많이 다루어지도록 하였다. 같은 컨텐츠여도 영리냐 비영리냐에 따라서 입장이 많이 다른데,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서 1차적인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했던 점은 고무적이었다.

국제갤러리 삼청나잇 Courtesy of tKukje Gallery(좌), Press Preview of Do Ho Suh Speculations. Photo Seowon Nam. Courtesy of Art Sonje Center(우)
삼청나잇은 특히 이러한 큰 행사가 아니면 오기 힘든 해외 인사들이 방문하여 주요 토크를 이끌어갔다. 각 지역에서 벌어진 ‘나잇’은 사실 날짜로서는 적절한 구성은 아니었는데, 9월 4일에 키아프 프리즈가 VIP 오픈을 하면서 바로 삼청나잇으로 이어지져 다소 피로감이 있었다. 코엑스 앞이 공사중이고, 가는 길 내내 시내가 막혔으리라 예상한다. 하지만 다양한 나잇의 장점은 밤늦게까지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었다는 점이 내용을 풍성하게 하였다. 그 중에서도 삼청나잇의 날에 국제 갤러리에서는 양혜규의 아티스트 토크를 열고, 아트리뷰 편집장 마크 래폴트(Mark Rappolt)와 일본 도쿄 모리 미술관의 디렉터 마미 카타오카(Mami Kataoka)를 초대하였다. 아트선재에서는 서도호의 개인전 <스페큘레이션>에서 스크리닝과 초청 토크를 통해 서도호의 사유의 여정을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주지시키도록 하였다. 김치앤칩스의 국립현대미술관 야외마당에서의 미디어 전시 <또 다른 달> 아래에서 혹은 PKM에서 준비한 DJ 파티를 즐기면서, 밤이 늦도록 이어진 삼청동의 동시대 미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각계각층의 미술계 사람들에게 흔적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키아프 사이사이와 프리즈 라이브

<신·경(神經): Nerve or Divine Pathway>©고윤정
이번 키아프에서는 키아프가 열리는 위층공간까지 사용하여 키아프 플러스를 열면서 키아프 전체의 구성을 풍성하게 하는 별도의 프로그램 <Kiaf onSITE : 보이지 않는 전환점>을 이승아 큐레이터와 협업하여 선보였다. 양민하, 김보슬 등이 기술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고, 진달래&박우혁이 신작 <검은 달과 토끼들>이라는 퍼포먼스를 2회 공연하였다. 진달래&박우혁 특유의 반복적인 사운드, 미니멀한 장면들, 거대한 공간을 활용한 전략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캇 오스틴은 <Empty Fields>를 보이면서 서울, 광주 등에서 채집한 소리와 전시장의 소음을 입혀 사운드 스케이프를 보이면서 키아프 전시장 한 가운데를 걸어갔다. 최원정의 <Roots II>는 2층 키아프 플러스에 거대하게 자리를 잡아 눈길을 끌었다.
아트선재의 부관장인 문지윤 큐레이터가 선보인 프리즈 라이브 <신·경(神經): Nerve or Divine Pathway>는 차연서와 제시 천, 홍지영, 장수미, 김원영&프로젝트 이인-라시내-최기섭이 참여해 총 5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갤러리 현대, 프리즈 현장, 청담동의 디아드에서 각기 다른 날짜에 공연되면서 9월 첫주 내내 관객을 만났다.
각각의 큐레이이션과 퍼포먼스가 국내에서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이고, 키아프와 프리즈의 내용을 풍성하게 연출하기에 더없이 좋은 내용들이기는 했지만, 아트페어라는 물리적 장소의 한계로 인해 실질적으로 키아프/프리즈에 보탬이 되었는지는 확실치는 않다. 키아프/프리즈의 판매 연관성이나 관객의 반응은 많은 관객들에게 잠시 눈요기거리로 머물고 지나간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직까지는 즐거운 충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욱 나은 환경에서 관객들에게 각인될 것으로 기대한다.

《Kiaf SEOUL 2024》 전경 Courtesy of Kiaf
Writer 고윤정 (독립 큐레이터)
고윤정 큐레이터는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며, 다수의 전시에서 기획자로 활동해 왔다. 또한, H 아트랩 2기 입주 이론가로서 활약하며, 여성 예술가 11인의 삶과 예술을 깊이 있게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저서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를 집필했다.
저작권자 ⓒ Thiscomesfr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Frieze Seoul 2024》 전경 ©Thiscomesfrom
대한민국의 미술 시계를 9월에 맞추어 놓게 하였던 키아프와 프리즈가 여러 가지 성과로 마무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9월 첫째주에는 많은 행사들의 반의 반도 참여를 못했지만, 몇 시간 단위로 계속 다른 일정이 발생하면서 차에 기름이 떨어져도 주유하러 갈 시간조차 부족하기도 했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생 관계는 3년째인데, 수백억 대에 달하는 비현실적인 작품들이 들어왔던 첫해에 비하여 현실적인 가격대와 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전반적으로 아트페어 기간인 4일-8일은 너무나 짧았고, 언급하지 못한 외부 행사도 무척 많았으며, 외부 전시는 아트페어 기간보다는 좀더 길게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여기 다 언급하지 못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EMAF x Frieze Film, 해외 미술관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함께 작가 작업실을 방문한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하이라이트(Kiaf HIGHLIGHTS)’를 통한 작가와 갤러리 발굴
최지원, <Path to the Past>, 2024, oil on canvas, 227.3 x 162.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이세준, <최대한 가깝게, 그러나 불 타지 않을 정도로만>, Acrylic mixed media on canvas, 80x111cm, 2020, Courtesy of the artist and Space Willing N Dealing
페이지 지영 문(Paige Jiyoung Moon),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ve Turner
요한 판크라트(Jochen Pankrath), <Abstrakte Philosophen XVI (Abstract Philosophers)>, Courtesy of the artist and Bode Galerie
베티 머플러(Betty Muffler) Kiaf SEOUL 2024 설치 전경, Images courtesy of the Artist, Iwantja Arts and Jan Murphy Gallery Photography by Creative Resources, Seoul.
키아프에서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서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New Discoveries & Encounters’라는 주제로 주목해야 할 세미파이널 작가를 10명 발표하였다. 전시 기간 중에 파이널 리스트 3인 강철규, 김은진, 최지원를 선정하였다. 아라리오 갤러리와 금산 갤러리 등 전통적인 갤러리에서 배출하기도 했지만, 비교적 신진 갤러리인 디스위켄드룸과 함께 협업한 최지원 작가가 선정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세미 파이널 10명에 스페이스윌링앤딜링의 이세준 작가처럼 송은, 고양시의 해움새들 레지던시 등 동시대 한국 미술계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력을 쌓아온 작가가 선정된 점도 눈에 들어온다. 서원미(라흰갤러리), 한진(갤러리SP) 등 소리없이 강한 갤러리들의 선정도 좋았지만, 베티 머플러(Jan Murphy Gallery) 등 작업실 어디에선가 고군분투한 흔적들이 하나하나 보이는 작업들도 눈에 들어왔다.
전통적인 강호와 신생의 공존
김윤신 솔로 부스 Kiaf SEOUL 2024 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좌), 백남준, Sfera Punto Elettronico, Mixed media, 320x250x60cm, 1990,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kgojae Gallery(우)
키아프/프리즈에서는 전통적인 국내의 갤러리는 더욱 많은 신작들과 솔로 부스를 보이고, 몇 년 전부터 진입중인 갤러리들도 9월만을 기다리며 보내온 시간들이 느껴졌다. 국제갤러리와 학고재는 각각 키아프/프리즈에 출품하면서 다른 구성으로 선보였고, 국제갤러리 키아프에서 김윤신 작가의 조각이 눈에 띤다면, 프리즈의 학고재에서는 백남준을 비롯한 전통적인 작가들을 선보였다. 국제 갤러리에서 김윤신 작가를 구순이 다된 최근에야 전속으로 맞이하였으니, 작가 발굴의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갤러리들이 삼청동에서 선보이는 개인전과 토크, 파티까지 생각한다면 전시의 구성은 삼청동, 키아프, 프리즈로 몇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갤러리2, 조현화랑, 원앤제이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신건우, 김수연, 이배 등이 눈에 띠었고, P21에서 신민 작가를 발굴한 점도 눈에 띄었다. P21은 매해 1-2명씩 새로운 작가들을 중요한 아트페어에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 현대에서 전준호 작가의 파격적인 조각을 솔로 부스로 보인 것도 이슈가 되었다. 싱가폴의 STPI는 판화 기법으로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협업을 하는 갤러리인데, 개념도에 가까운 김범의 작품도 흥미로웠다.
강석호, Courtesy of the artist and Tina Kim Gallery(좌), 살바토레 만지오네(Salvatore Mangione) ©Thiscomesfrom(우)
작년부터 프리즈에 참여하고 있는 에이라운지 갤러리와 실린더 등 국내에서 떠오르는 갤러리가 꾸준히 참여하고 솔로부스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티나 킴(Tina Kim) 갤러리에서도 이미래, 강석호 등을 보이며 한국 작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갤러리 조선의 민성홍 작가도 경기도미술관 집중조명에 선정되며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동시에 프리즈에서 작품이 발표되어 다양한 면을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아니카 이(Anicka Yi)의 작품을 선보인 글래드 스톤(Glad Stone), 일찍부터 한국에서 분점을 열어 활동하고 있는 리만 머핀(Lehmann Maupin) 등이 부스의 동선, 작품 큐레이션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투안 앤드루 응우옌(Tuan Andrew Nguyen)의 솔로 부스를 마련한 베트남계 갤러리 퀸(Galerie Quynh)은 프리즈 서울 스탠드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강석호 작가는 티나 킴 갤러리, 살바토레 만지오네(Salvatore Mangione)의 글래드스톤 갤러리 등 작고 작가들의 새로운 전속 갤러리를 찾게 된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었다. 최고은 작가가 제 2회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을 한 점도 눈에 띠는데, 작품이 좀더 좋은 위치에 설치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Installation view of Gladstone Gallery at Frieze Seoul 2024. © Gladstone Gallery. Courtesy of Gladstone Gallery. Photography by Andrea Rossetti.
예전에는 개인전을 한번 갤러리에서 열고, 개인전에서 좋은 반응이 있는 시리즈를 아트페어에서 선보였지만, 최근에는 아트페어에서 좋은 신작을 보이도록 준비하는 것도 달라진 경향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작가와 갤러리에서 9월에 최선의 신작과 이슈를 만들어내야 하다보니 1년의 성과는 9월에 달려 있게 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예전에 어떤 해외 아트페어를 나가서 성공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시기를 뒤로 하고, 지금 우리나라의 갤러리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작가들을 다룰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토크’와 ‘나잇’으로 이어진 미술 컨텐츠
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 ©고윤정
키아프와 프리즈, 혹은 이 두 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에서는 여러 가지 토크와 밤 10시까지 열리는 을지, 삼청, 한남, 청담 나잇을 준비하였다. 이번에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준비한 키아프 토크(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은 유독 눈에 띤다. 별도로 마련된 토크 공간도 내용에 집중하기에 매우 적절하였으며, 예술과 사회의 상호작용, 동시대 미술계에서 미술시장과 비엔날레의 관계, 기술 전환 시대의 예술 등에 대해서도 다루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 여성미술을 조명하는 등 아트페어의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현장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을 초대하였다. 무엇보다도 미술시장에는 아트페어만 있고, 전시 기획에는 비엔날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대해서 다루었던 점들이 눈에 띠었다. 패널의 초대도 미술시장 전문가 외에도 해외 큐레이터, 작가, 한국의 미술사학자, 비영리기관 큐레이터 등 교차를 시켜 주요 내용이 많이 다루어지도록 하였다. 같은 컨텐츠여도 영리냐 비영리냐에 따라서 입장이 많이 다른데,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서 1차적인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했던 점은 고무적이었다.
국제갤러리 삼청나잇 Courtesy of tKukje Gallery(좌), Press Preview of Do Ho Suh Speculations. Photo Seowon Nam. Courtesy of Art Sonje Center(우)
삼청나잇은 특히 이러한 큰 행사가 아니면 오기 힘든 해외 인사들이 방문하여 주요 토크를 이끌어갔다. 각 지역에서 벌어진 ‘나잇’은 사실 날짜로서는 적절한 구성은 아니었는데, 9월 4일에 키아프 프리즈가 VIP 오픈을 하면서 바로 삼청나잇으로 이어지져 다소 피로감이 있었다. 코엑스 앞이 공사중이고, 가는 길 내내 시내가 막혔으리라 예상한다. 하지만 다양한 나잇의 장점은 밤늦게까지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었다는 점이 내용을 풍성하게 하였다. 그 중에서도 삼청나잇의 날에 국제 갤러리에서는 양혜규의 아티스트 토크를 열고, 아트리뷰 편집장 마크 래폴트(Mark Rappolt)와 일본 도쿄 모리 미술관의 디렉터 마미 카타오카(Mami Kataoka)를 초대하였다. 아트선재에서는 서도호의 개인전 <스페큘레이션>에서 스크리닝과 초청 토크를 통해 서도호의 사유의 여정을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주지시키도록 하였다. 김치앤칩스의 국립현대미술관 야외마당에서의 미디어 전시 <또 다른 달> 아래에서 혹은 PKM에서 준비한 DJ 파티를 즐기면서, 밤이 늦도록 이어진 삼청동의 동시대 미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각계각층의 미술계 사람들에게 흔적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키아프 사이사이와 프리즈 라이브
<신·경(神經): Nerve or Divine Pathway>©고윤정
이번 키아프에서는 키아프가 열리는 위층공간까지 사용하여 키아프 플러스를 열면서 키아프 전체의 구성을 풍성하게 하는 별도의 프로그램 <Kiaf onSITE : 보이지 않는 전환점>을 이승아 큐레이터와 협업하여 선보였다. 양민하, 김보슬 등이 기술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고, 진달래&박우혁이 신작 <검은 달과 토끼들>이라는 퍼포먼스를 2회 공연하였다. 진달래&박우혁 특유의 반복적인 사운드, 미니멀한 장면들, 거대한 공간을 활용한 전략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캇 오스틴은 <Empty Fields>를 보이면서 서울, 광주 등에서 채집한 소리와 전시장의 소음을 입혀 사운드 스케이프를 보이면서 키아프 전시장 한 가운데를 걸어갔다. 최원정의 <Roots II>는 2층 키아프 플러스에 거대하게 자리를 잡아 눈길을 끌었다.
아트선재의 부관장인 문지윤 큐레이터가 선보인 프리즈 라이브 <신·경(神經): Nerve or Divine Pathway>는 차연서와 제시 천, 홍지영, 장수미, 김원영&프로젝트 이인-라시내-최기섭이 참여해 총 5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갤러리 현대, 프리즈 현장, 청담동의 디아드에서 각기 다른 날짜에 공연되면서 9월 첫주 내내 관객을 만났다.
각각의 큐레이이션과 퍼포먼스가 국내에서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이고, 키아프와 프리즈의 내용을 풍성하게 연출하기에 더없이 좋은 내용들이기는 했지만, 아트페어라는 물리적 장소의 한계로 인해 실질적으로 키아프/프리즈에 보탬이 되었는지는 확실치는 않다. 키아프/프리즈의 판매 연관성이나 관객의 반응은 많은 관객들에게 잠시 눈요기거리로 머물고 지나간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직까지는 즐거운 충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욱 나은 환경에서 관객들에게 각인될 것으로 기대한다.
《Kiaf SEOUL 2024》 전경 Courtesy of Kiaf
Writer 고윤정 (독립 큐레이터)
고윤정 큐레이터는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며, 다수의 전시에서 기획자로 활동해 왔다. 또한, H 아트랩 2기 입주 이론가로서 활약하며, 여성 예술가 11인의 삶과 예술을 깊이 있게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저서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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