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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기억하는 방법

#지난 프로젝트 해시태그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전시 전경. 사진 홍철기.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2019년부터 5년간 운영된 차세대 예술 지원 사업으로, 융복합 실험성, 독창성, 실현 가능성, 파급 효과,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두 팀을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2019-2020년에는 강남버그, 서울퀴어콜렉티브가 도시 개발로 인한 제도적 문제와 현상, 그리고 공동체 역사를 다루었으며, 2021년에는 더 덕 어몽 어스, 새로운 질서 그 후가 웹을 둘러싼 가상 세계 경험을 문화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온오프라인 환경의 변화를 탐구했다. 2022년에는 로스트에어, 크립톤이 가상 생태계에 얽힌 접근성 문제와 하위문화와 결부된 전자음악 및 파티 문화에 대한 고찰을 제시했고, 2023년에는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과 랩삐가 비인간-인간-공동체 사이의 공생과 동시대 노동, 교환 가치의 의미를 돌아보았다. 2024년 선발된 소망사무국과 플레잉 아트 메소드는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대 사회와 예술의 관계를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탐구했다.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위와 같은 주제들을 다루면서, 참여형 이벤트, 리서치 프로젝트, 하이퍼텍스트, 애플리케이션, 전자음악 파티, 심지어 음식이나 게임 등 기존의 전시 형식을 탈피하고 작품의 범주를 확장하는 실험을 이어왔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공식 웹사이트 히스토리. http://official.projecthashtag.net/.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이처럼 전시와 작품을 둘러싼 환경, 구성 조건, 감상의 방식과 영역에 대한 탐색을 이어온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전시 아카이빙 방식 또한 정형화된 형식과 문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표현 방식과 접근을 시도해 왔다. ‘프로젝트 해시태그(#)’라는 명칭은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와 주제어가 만나, 관계없어 보이는 무작위의 글들 속에서 무한한 맥락을 생성하는 방식”에서 차용되었다.1 이러한 맥락 속에서 프로젝트는 사진, 영상, 도록 등 기존의 전시 기록 방식 외에도, 각 전시의 특성에 맞춘 개별 홈페이지를 개발해 왔다. 이 홈페이지는 인터뷰, 작가 노트, 프로덕션 과정, 워크숍 등 전시의 이면을 보여주는 자료를 담고 있으며, 물리적인 전시 공간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감상이 이어지는 확장된 전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하이퍼링크를 통한 연결은 전시 종료 이후에도 관객이 콘텐츠에 접근하며 전시를 지속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층 나아가,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의 전시에 대해 바이닐(Vinyl), 신문, 보드게임 등 실험적 매체를 활용한 아카이브를 제작·배포했다.2 홈페이지를 통한 기록이 전시의 물리적 경험을 온라인의 시간 속에 이어 붙이는 방식이었다면, 이들 물질적 매체는 손에 쥐고 넘기며, 듣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상의 척도를 입체적으로 변화시킨다. 문자 중심의 시각적 기록에 머물던 기존의 아카이브 형식은, 여기서 청각·촉각·놀이의 언어로 분기한다. 전시를 기억하는 방식은 더 이상 단일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시간과 경험이 직조하는 감각적 지형으로 스며든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아카이브 바이닐. 사진 김경태. 제공 현대자동차


먼저, 2019년부터 2022년까지의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바이닐 형식으로 아카이브 되었다.3 각 전시는 하나의 앨범처럼 구성되어, Side A와 B를 넘나들며 음악, 팟캐스트, 픽션 등 다양한 소리의 트랙들이 이어진다. ‘해시태그 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많은 소회는 해시태그(#)로 직조되어 문장을 이루고, 다성적인 음율과 목소리는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었다. 여러 저자의 목소리가 리듬과 멜로디, 화성 위에 실려 변주될 때, 《프로젝트 해시태그》의 전시는 단순한 회상을 넘어, 감각과 의미가 재조합되는 청각적 서사로 다시 펼쳐진다. 이는 단지 문자나 글이 전달하는 정보를 넘어서, 이들이 지향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감각적으로 열어 보이는 방식이다. 과거의 시간을 지나, 이들의 목소리와 음악이 현재 우리의 귀를 두드린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아카이브 신문. 사진 김진솔. 제공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의 전시는 두 편의 신문으로 기록되었다.4 이는 신문이 “가장 빠르고도 일상적인 기록 매체”로서, "(전시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취재하여 그 안에 담긴 기억을 수집”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다학제적이고 융복합 예술을 기조로 하는 만큼, 여러 협업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전시 도록이 종종 형식적인 제약으로 인해 참여자들의 목소리나 미처 드러나지 않은 경험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반면, 아카이브 신문은 참여자들의 협업 경험을 전면에 배치한다. 그리고 이 기록은 광범위하게 배포됨으로써 전시의 사회적 관계와 맥락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시도는 해시태그(#) 기호의 직조된 격자 형태처럼, 작품을 둘러싼 인적 연결망과 참조점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 《프로젝트 해시태그》 아카이브 바이닐 (https://on.soundcloud.com/5mWQBBGKixA1VsVR6)

#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아카이브 신문 (https://projecthashtag-newspaper.net/)

#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아카이브 보드게임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lYjCXsgRGnA6GojVhSO6EVleEcWd-yK-?usp=drive_link)


《프로젝트 해시태그》 전시가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의 감각적 확장을 시도했듯, 이번 아카이브 역시 온라인 환경에 맞게 재구성되어 배포되었다. 바이닐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신문은 온라인 신문으로, 보드게임은 다운로드 가능한 파일 형태로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의 전시로부터 파생된 유무형의 기록들은 서로 다른 매체와 경로를 따라 흘러가며,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 속에서 전시의 기억을 되살리고 확장시킨다. 온라인에 업로드된 아카이브는 또 하나의 해시태그(#)가 되어, 서로를 이어 붙이며 끝없이 확장된다.


#현재 프로젝트 해시태그


왼쪽)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소망사무국 전시 전경. 사진 홍철기.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오른쪽)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플레잉 아트 메소드 전시 전경. 사진 홍철기.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에는 ‘소망사무국(김래오, 서요한, 서진규, 오새얼, 티타늄(최준성))’과 ‘플레잉 아트 메소드(김영주,조호연(룹앤테일), 이세옥(퍼레이드&패치워크))’가 선정되어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적 쟁점과 공동체적 연대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소망사무국은 누구나 원하는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가상 세계인 ‘소망 세계’를 구축하여 현대인의 좌절감과 인정 욕구를 게임의 형식으로 풀어냈다.5 플레잉 아트 메소드는 미술관에서 게임이라는 매체가 예술로 기능할 때 발생하는 질문들을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플랫폼을 마련했다.6 이들의 전시는 ‘게임’의 규칙, 목표, 서사적 구조와 같은 내적 구조를 차용하는 한편,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 인터페이스와 컨트롤 방식 등 게임의 작동 방식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게임과 미술 작품으로서 매체의 경계를 탐색했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아카이브 보드게임. 사진 박도현. 제공 현대자동차


이번 전시의 아카이브 형태는 보드게임이다. 소망사무국의 〈모두의 소망〉은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세계〉라는 경쟁형 전략 보드게임으로, 플레잉 아트 메소드의 〈플레잉 아트 메소드〉는 〈당신이 만들 게임의 세계〉라는 전략 및 게임메이킹 보드게임으로 기록되었다. 이 두 아카이브 보드게임의 공통점은 전시 및 작품의 내용과 매커니즘을 활용해 재구성되었다는 점, 그리고 게임판과 구성품(카드 등), 3-5명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7 두 팀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8전시실을 두 공간으로 나누어 작품을 선보였듯, 아카이브 보드게임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이자 둘인 형식으로 남는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아카이브 보드게임. 사진 박도현. 제공 현대자동차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아카이브 보드게임은 이 전시의 특성을 보드게임의 규칙서와 안내서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각각의 안내서와 규칙서는 하나의 책자에 담겨 서로 뒤집혀 읽히는데, 이는 보드게임의 형태와 구조가 전시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드게임의 구성은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의 전시 구조를 따르며, 게임의 로직과 규칙, 목표는 전시가 전달하고자 했던 경험과 의의를 떠올리게 하거나, 그 위에 한 번 더 덧입혀지며 그 의미를 확장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아카이브 보드게임. 사진 박도현. 제공 현대자동차


“누군가의 소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소망이 뒤로 물러나야만 한다.”


보드게임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세계〉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는 ‘관리자 이름’과 ‘이뤄야 할 목표(소망)’가 적혀 있는 ‘관리자 카드’ 한 장을 뽑아야 한다. 카드에 쓰인 다섯 명의 관리자는 소망사무국의 〈모두의 소망〉에서 슬쩍 드러난 캐릭터들로, 전시에서 관객은 자신이 입력한 소망과 가장 결이 맞는 소망을 지닌 관리자를 배정받아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각 관리자의 이름은 “독재자 하트 여왕”, “심판자 고래”, “장난꾸러기 비버”, “수호자 할머니”, “혼돈 추종자 광인”으로, 각각 ‘야망’, ‘화합’, ‘재미’, ‘일상’, ‘혼돈’ 등의 키워드로 상징되는 소망을 지니고 있는데, 보드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각자 자신이 맡은 관리자의 소망을 성취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 플레이어는 이뤄야 하는 목표를 향해 전략을 세우고 나아가면서도 동시에 다른 플레이어의 목표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고, 각 관리자가 추구하는 목표를 기민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드게임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서, 나와 타인의 욕망과 전략, 그리고 소망이 서로 영향을 주고 얽히고설키는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 된다. 결국, 보드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관리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플레이하는 이들의 욕망과 전략을 읽어가는 과정이다. 이는 “모두의 소망”이 얽히는 방식을 알아보고 살펴보자는 전시의 메시지와 깊은 공명 속에 연결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아카이브 보드게임. 사진 박도현. 제공 현대자동차


“다섯 개의 게임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주세요. 그것이 일상에 지친 당신을 어디론가 데려가 줄 수 있을지도.”


보드게임 〈당신이 만들 게임의 세계〉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는 일종의 게임 제작자가 되어야 한다. 각 플레이어에게 배정되는 게임 카드에는 “먹는 게임”, “만들어지지 않은 게임”, “생각하는 게임”, ”끝없는 게임”, “블록 퍼즐 게임” 등 다양한 장르와 “제1~4전시실”, “로비”와 같은 구체적인 장소가 명시되어 있다. 각 플레이어는 게임의 구성 요소로 활용되는 적절한 재료 카드 두 장과, 필요시 추가할 수 있는 전략 카드를 활용하여 “게임 만들기”를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바로 게임 제작자가 자신의 게임이 성립되는 로직과 조건, 목표를 열띤 발표로 설명하는 순간이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빈틈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며, 게임이 합당하게 제작되었는지 판단을 내린다. 이 과정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이 성립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과, ‘플레이어’가 행위하는 이유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게 만든다. 게임을 둘러싼 질문과 해석을 주고받으며, 각자는 ‘플레이’의 본질을 탐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게임’을 매개로 사고와 토론, 상호 작용이 활발히 오가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플레잉 아트 메소드가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에서 지향한 ‘게임을 둘러싼 학습 공동체 구성’이라는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


왼쪽)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아카이브 보드게임 튜토리얼 큐알코드 한국어 버전. 제공 현대자동차

오른쪽)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아카이브 보드게임 튜토리얼 큐알코드 영어 버전. 제공 현대자동차


# 앞으로의 프로젝트 해시태그


태생부터 소멸을 예감하는 전시는, 결국 ‘경험’이라는 가장 유연한 매체로 존재한다. 눈앞에서 사라질지언정, 회자하고 다시 호명한다면 그것은 소멸이 아닌 또 다른 지속이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계속해서 직조된다. 나란히 교차하는 수직선과 수평선 사이로, 여러 단어들의 묶음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감각이 서로를 호출하는 연결의 하이퍼링크로. 《프로젝트 해시태그》의 아카이브는 프로젝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지은 #의 짜임 안에서 사유와 경험, 목소리가 교차하며 얽히는 방식으로, 그 본래의 뜻을 따라 깊이 새겨질 것이다.


Written by 최은총(독립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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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해시태그》 공식 웹사이트, http://official.projecthashtag.net/ (검색: 2025년 4월 26일).

현대자동차는 형식적 제약을 넘어서고, 경계와 다학제 간의 소통을 지향하는 전시의 취지에 공감하며 《프로젝트 해시태그》를 후원해왔다. 이 전시는 동시대 문화 감수성을 지닌 관객과의 긴밀한 접점을 전제로 기획되었으며, 그에 부응하듯 아카이브 또한 정형화된 형식을 벗어나 다양한 실험적 매체를 통해 발표되었다.

3 《프로젝트 해시태그 》 아카이브 바이닐 https://on.soundcloud.com/5mWQBBGKixA1VsVR6.

4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아카이브 신문 https://projecthashtag-newspaper.net/.

5 박덕선, 「#해시태그#플레이#연대하기」,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국립현대미술관, 2024), p. 21.

6 앞의 글, p.23.

7 현대자동차,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아카이브 보드게임 규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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