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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은. 더 가까이 Closer, 2024, pigment print, 80x60cm.
(사진 제공: 갤러리 이행, 이예은)
갤러리 이행에서는 오는 7월 18일부터 8월 15일까지 이예은 개인전 《밥 먹고 하자(Let's Eat First)》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노동과 생계, 실패와 반복이라는 동시대의 현실을 사진과 퍼포먼스를 통해 풀어내며, 예술 역시 먹고사는 삶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예은은 자신의 몸을 매개로 노동을 은유하는 수행을 기록해 왔다. 겨울 바다에서 모래를 뭉치는 〈모래공 만들기〉, 손등 위에 찻잔을 올린 〈차 마시기〉, 불 가까이 몸을 붙여 온기를 견디는 〈더 가까이〉, 허공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 〈허공에 안착하기〉 등은 모두 예정된 실패를 반복하는 행위를 담아낸 작업이다. 한 번의 성공보다 수없이 반복되는 실패와 노동의 축적을 화면에 남기며, 오늘날 불안정한 노동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삶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행복한 풀 되기〉, 〈울지마! 그 눈물을 감춰〉에서는 부조리한 상황과 절제된 유머를 통해 슬픔을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견디는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1970년대 개념미술의 신체 퍼포먼스와 연결하면서도, 이를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불안정 노동 현실로 확장한다. 백반집과 물류센터, 대리운전과 접시닦이 등 생계를 위해 다양한 노동을 이어가는 자신의 경험과 동료들의 삶을 사진 속으로 끌어오며, 노동과 예술이 결코 분리되지 않는 현실을 담아낸다.
이예은. 흙내가 고소하다 Savory Smell Soil, 2025, pigment print, 40x32cm.
(사진 제공: 갤러리 이행, 이예은)
이번 전시는 올해 출간된 작가의 책 『허공에 안착하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각 작품 옆에는 편지봉투가 놓여 있으며, 관람객은 봉투를 직접 열어 작가가 쓴 글을 읽게 된다. 이미지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 속에서 봉투를 열고 접힌 종이를 펼치는 작은 행위는 작품을 천천히 마주하도록 유도하며, 사진과 글을 함께 읽는 경험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지윤 디렉터는 "'밥 먹고 하자'는 분주한 하루 속 잠시 일손을 놓고 기운을 차린 뒤 다시 삶을 이어가자는 다정한 권유이자, 노동하는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밥은 예술의 반대말이 아니라 예술의 물질적 조건이며, 먹고사는 일과 만드는 일은 하나의 몸 안에서 함께 일어난다"고 전하며, 이번 전시가 예술가의 삶을 둘러싼 익숙한 인식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994년생인 이예은은 사진을 통해 노동과 삶,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경험을 기록해 왔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순수사진전공을 졸업했으며, 개인전 《산을 옮기는 겨자씨》, 《227명의 사람들》을 비롯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컴백홈》, 민주화운동기념관 《다시 민주주의》, 코리아나미술관 《불안 해방 일지》, 토탈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
《밥 먹고 하자》는 예술가의 노동을 특별한 서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일상으로 바라보는 전시다. 반복되는 실패와 노동, 생계의 시간을 기록한 사진들은 예술과 노동, 먹고사는 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이번 전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노동을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예술이 놓인 자리를 함께 되짚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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