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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후 3시》: 사진과 회화 사이, 2000년대 한국 구상미술의 흐름

김민주
2024-11-18

강석호 <뒷모습> 2006 캔버스에 유채


서울의 오후 3시는 햇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미묘한 시간이다. 이 시간대처럼, 2000년대 초 한국 구상미술은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새로운 시각적 전환을 시도했다. 서울시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2024년 11월 7일부터 12월 8일까지 열리는《서울 오후 3 (Cloudy 3pm)》은 이러한 변화를 중심으로, 당시를 대표하는 아홉 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다.


참여 작가로는 강석호, 김수영, 노충현, 박주욱, 박진아, 서동욱, 이광호, 이문주, 이제가 선정되었다. 이들은 2000년대 참여정부 시기의 대안공간과 신진작가 지원제도를 발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이전 시대와는 다른 회화적 접근을 모색한 작가들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상용화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들 아홉 명의 작가들은 사진을 단순한 기록 도구로 넘어서 회화적 스케치로 사용하였으며, 민중미술이나 극사실주의처럼 집단적 서사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 경험과 일상적 풍경을 섬세하게 투영한 회화적 장면을 창조했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전시 전경


전시 제목 ‘서울 오후 3시’는 작가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오후 3시는 오전의 생산성과 규범에서 벗어나며, 현실에 머물면서도 한 발짝 떨어져 관조와 상상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대처럼, 작가들은 일상의 공간에서 관찰한 풍경을 작업실에서 재구성하며 자신들만의 회화적 온도를 만들어냈다.

영문 부제 ‘cloudy’는 작품 전반에 스며있는 미세한 감정을 상징한다. 그 감정은 차가움과 뜨거움 사이, 과잉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며, 시대적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독특한 시각적 언어를 형성한다.

이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각기 다르게 해석하며 이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접근 방식은 독창적이고 고유하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강석호 작가 출품 작품


강석호 작가는 사진에서 대상을 잘라내거나 선택적으로 편집하여 원본 사진의 맥락을 제거하고, 이를 통해 회화적 표면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은 정제된 형태를 통해 시각적 균형과 회화적 깊이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3점이 나란히 전시되는 그의 대표작 〈무제〉(2000-2003)은 이 같은 접근의 전형을 보여준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김수영 작가 출품 작품

김수영 작가는 건물의 파사드 사진에서 모듈을 추출하여 그리드 구조를 구축하여, 도시 건축의 특징을 회화적 언어로 재해석한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노충현 작가 출품 작품 


노충현 작가는 사진 속 실제 요소들을 제거한 뒤, 장소에서 느낀 정서를 붓질로 재현하며, 그만의 서정적 구상을 통해 정서적 경험과 상상의 접점을 만들어낸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박주욱 작가 출품 작품

 
박주욱 작가는 네거티브 필름의 색 전도 현상을 재현하며 심리적 깊이가 강한 회화를 창조한다. 이러한 강렬한 시각적 효과로 만들어내는 비현실적 풍경은 관객들에게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박진아 작가 출품 작품


박진아 작가는 로모그래피의 연속 사진 구도를 활용해 주목받지 못하는 순간들 사이의 시간을 그려냄으로, 일상적인 사건을 회화적 서사로 변모시킨킨다. 이러한 사진의 순간성을 회화로 재해석한 박진아의 작업은 공감과 시대성을 담는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서동욱 작가 출품 작품 


서동욱 작가는 카메라 플래시의 섬광을 활용해 사건이 잠재된 듯한 회화적 미장센을 연출하는데, 이렇게 정지된 화면은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이문주 작가 출품 작품

 

이문주 작가는 재개발 현장을 취재하듯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를 수공적 콜라주로 재구성해 회화적 파노라마를 만들어낸다. 이문주만의 사실적 묘사와 마치 꿈 속의 장면처럼 뒤섞인 장면들은 예술의 사회적 실천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이광호 작가 출품 작품 


이광호 작가는 주변 인물의 촬영 이미지를 촉각적이고 질감이 풍부한 회화로 전환해 초상화의 전통성에 자신만의 해석을 담으며, 재현으로서의 회화를 넘어 대상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성곡미술관 《서울 오후 3시》 이제 작가 출품 작품 


이제 작가는 사진 기록에서 누락된 여운과 잔상을 흐린 색조와 붓의 리듬을 통해 재현함으로, 일상의 기억을 넘어 시대가 가진 정서와 감정을 담는다.


《서울 오후 3시》는 2000년대 초 구상미술 작가들의 독창적 시도와 감각을 새롭게 조망하는 기회다. 이들은 사진적 리얼리티를 단순히 재현하지 않고, 회화성을 탐구하며 현실과 자신만의 정서를 회화적 시공간으로 전환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자리를 넘어, 이들의 작업이 오늘날의 한국 현대미술에 남긴 흔적과 의미를 재조명하며 관객들에게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적 여정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Writer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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