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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세월을 가로지르는 두 작가, 소멸의 흔적을 좇다… PS CENTER 구본창·연진영 2인전 《본연》

김민주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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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작가 프로필 구본창, (우) 작가 프로필 연진영

(사진 제공: PS CENTER)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구본창과 산업·소비재를 새로운 조형 언어로 전환해온 연진영의 2인전 《본연》이 8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PS CENTER에서 열린다. PS CENTER의 기획 시리즈 ‘Young Geniuses and Old Masters’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세대와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해온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사진과 조각, 이미지와 사물, 기억과 물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살핀다.


전시 제목 ‘본연(本然)’은 구본창의 ‘본’과 연진영의 ‘연’을 나란히 세운 이름인 동시에 존재가 지닌 본래의 성질과 근원을 의미한다. 전시 공간에서는 ‘본연’을 변하지 않는 본질을 찾아내는 개념으로만 바라보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라지는 표면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흔적에 주목하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진과 조각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두 작가는 사물과 이미지의 표면에 축적된 시간과 감각을 각자의 방식으로 탐구한다.


구본창은 1980년대부터 광고와 패션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인 사진 언어로 풀어온 작가다. 일상의 사물과 공간, 인간이 남긴 흔적을 촬영해온 그는 DMZ에서 발견한 전쟁 유물과 세계 각국의 박물관에서 마주한 유물, 백자와 자연 등을 통해 사라짐과 기억, 존재의 흔적을 다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작업 세계를 바탕으로 시간과 기억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보여주는 주요 사진 작업을 선보인다. 연진영은 패딩과 에어백, 덕트, 키링 등 산업·소비재를 수집하고 해체한 뒤 조각과 설치로 재구성해왔다. 기능을 위해 생산된 사물은 작가의 개입을 거치며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와 물성을 갖게 된다. 대량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사물에 주목해온 연진영은 동시대의 취향과 욕망이 남긴 흔적을 조형 언어로 전환하며, 소비재의 표면에 축적된 시간과 인간의 흔적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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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CENTER 구본창·연진영 2인전 《본연》 전시 전경

(사진 제공: PS CENTER)


두 작가의 작업은 세대와 매체는 다르지만 상업적 이미지와 예술적 실천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물과 이미지에 남겨진 시간성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만난다. 구본창이 이미 존재하는 사물과 공간에 축적된 기억을 사진으로 포착한다면, 연진영은 현재 소비되고 버려지는 사물에 직접 개입해 새로운 형태로 전환한다. 하나는 기록을 통해, 다른 하나는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변화하는 대상의 표면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본연’이라는 개념을 다시 바라본다. 전시 측은 패션처럼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표면 역시 존재를 구성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전하며, 화려한 외피 아래 변하지 않는 본질을 찾기보다 외피가 변화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간과 흔적에 주목한다. 빠르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사물과 이미지가 일상이 된 동시대에서, 소멸은 존재의 반대편이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하나의 과정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연》은 전통적인 배니타스(Vanitas)의 개념을 동시대의 이미지와 물성으로 확장한다. 삶의 덧없음과 소멸을 상징해온 배니타스가 이 전시에서는 사라져가는 사물과 이미지의 표면에 남은 시간과 감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기억을 간직한 사물을 촬영하는 사진과 한때 기능했던 소비재를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조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화와 소멸의 흔적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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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CENTER 구본창·연진영 2인전 《본연》 전시 전경

(사진 제공: PS CENTER)


결국 《본연》에서 마주하는 것은 고정된 하나의 본질이라기보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사물과 이미지의 모습이다. 무엇인가가 사라지고 형태를 바꾸는 과정에서 남겨진 흔적은 그 대상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구본창과 연진영의 서로 다른 시선이 만나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익숙하게 바라보던 표면이 사라진 뒤가 아니라, 그 표면이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를 되묻게 한다.


PS CENTER는 2024년 을지로 철공소 골목에 문을 연 컨템포러리 갤러리로, 동시대 미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기획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본연》은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추석 당일인 9월 25일을 제외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프리즈 서울 연계 프로그램 ‘을지로 나잇(Euljiro Night)’이 열리는 8월 31일에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특별 연장 운영한다. 오프닝 리셉션은 8월 28일 오후 6시에 개최된다.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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