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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낳은 또 다른 리얼리티... Perigee Unfold 2026 《Palm to Palm(팜 투 팜)》 개최

김민주
2026-08-07

288a755e027b2.jpg박민하, Something Coming Something Disappearing Somthing, 2026, 

시계,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12개의 녹음, 24.5x21x3.7cm

(사진 제공: 페리지갤러리)


페리지갤러리에서는 오는 8월 5일부터 9월 5일까지 35세 이하 젊은 작가를 조명하는 기획전 《Palm to Palm(팜 투 팜)》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페리지갤러리가 202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청년작가 지원 프로그램 'Perigee Unfold'의 2026년 전시로, 김윤서, 박민하, 박선호가 참여해 '믿음'을 매개로 각자의 현실을 구축하는 동시대 예술의 방식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미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또 다른 리얼리티에 주목한다. 환상처럼 보이는 믿음은 개인과 사회를 지탱하는 약속이자 현실에 닿는 하나의 기술(technics)이며, 세 작가는 역사와 기억, 공간과 기록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루며 믿음이 현실과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한다. 페리지갤러리는 "환상이 마모되지 않도록 지키는 일은 곧 현실을 지키는 일"이라며, 이번 전시가 믿음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김윤서는 신작 〈긴 다리의 악몽〉(2026)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남만주철도주식회사(만철)에서 발행한 엽서와 『만주국의 해부』(1932)를 출발점 삼아 역사적 기록과 언어의 균열을 추적한다. OCR 번역기의 오역을 활용한 텍스트와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의 해부도, 비둘기의 이미지를 교차시키며 역사적 외상과 문맥이 물리적·시각적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책장 1〉(2024), 〈책장 2〉(2026)를 통해 무너진 약속 이후에도 도래할 또 다른 믿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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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갤러리. 언폴드2026 - 《Palm to Palm(팜 투 팜)》 전시 전경. 사진 SES

(사진 제공: 페리지갤러리)


박민하는 타인의 빈집을 잠시 점유하고 촬영한 〈Temporary Home〉(2026), 〈like mould〉(2026)를 선보인다. 서울에서 잦은 이사를 경험한 작가는 주인이 잠시 비운 공간에 머물며 사물의 위치를 다시 배치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꼬인 샤워 호스와 붙박이장, 바닥의 곰팡이처럼 평범한 사물들은 낯선 공간 속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획득하며, 소유와 점유, 사진과 공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박선호는 신작 〈길들인 빛〉(2026)에서 별빛을 기록한 유리건판 사진과 이를 현상했던 여성 천문학자들의 삶을 함께 조명한다. 오래전 출발한 빛과 역사 속에서 지워졌던 여성들의 노동을 겹쳐 보며, 기술과 기록 뒤에 존재했던 보이지 않는 손길을 드러낸다. 여러 겹의 스크린과 영상, 사운드가 어우러진 설치는 빛과 기억, 시간의 층위를 공간 전체로 확장시키며, 작고 미약한 존재들을 돌보는 태도 속에서 믿음의 의미를 다시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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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갤러리. 언폴드2026 - 《Palm to Palm(팜 투 팜)》 전시 전경. 사진 SES

(사진 제공: 페리지갤러리)


세 작가는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하지만, 모두 파편화된 기억과 역사, 공간과 관계를 다시 연결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의 구조를 시각화한다. 엽서와 번역의 오류, 빈집과 일상의 사물, 별빛과 유리건판 사진은 각기 다른 출발점이지만,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약속처럼 서로 다른 시간과 현실을 연결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페리지갤러리는 "손바닥을 맞댄 약속과 기도의 몸짓처럼 작가들이 믿는 것은 손에서 손으로, 믿음에서 현실로, 먼 곳과 가까운 곳을 오가는 움직임"이라며, 이번 전시가 무너진 낙관 이후에도 지속되는 믿음과 느슨한 애착,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돌보는 태도를 함께 살펴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Palm to Palm》은 믿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각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다시 바라보고, 우리가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작가 소개


김윤서(b.1999)는 해소되지 않는 상실의 경험을 사물이나 장소의 상태와 연결하며 영상 작업을 한다. 이는 역사적 유물론에서 배제된 감각을 발견하고 길어 올리는 과정에서 역으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중력을 거스르고자 했던 시도, 보고자 하는 욕망이 집중되는 장소, 그것을 실험하기 위해 고안된 구조물 등이 기능을 상실하거나 다른 시간에 이식되고 은폐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영상 매체를 통해 다른 시간대에서만 목격될 수 있는 사건을 하나의 시간 선 안에서 직조하고 사물 간의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최근에는 사진과 영상이 각각 고정된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박민하(b.2001)가 사진 매체에 가지는 태도는 고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한계가 제안하는 가능성, 언제든 긴장감이 전복될 수 있다는 덫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풀이한다. 사진은 필름-데이터-프린트-물체로서의 지위를 임시적으로 점유하며 수많은 선택지-반복되는 판단능력을 요구함으로서 박민하에게 가장 재미있는 자리를 내어준다. 사진을 함께 찍을 수 있는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으로 경험할 수 있는지, 사진이 아닌 채 사진일 수 있는지, 불가능한 것을 향해 헤매는 여정에서 이사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박선호(b.1993)는 사적 기억과 수집한 정보, 시각 이미지로 이루어진 꾸러미를 구성한다. 효율과 매끄러움의 논리가 삭제해 온 시간과 이야기를 우회하고 그 과정에서 감지한 윤곽을 비동시적인 매체를 통해 드러낸다.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던 이야기, 은밀하지만 알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형상화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관람 행위를 설계하여 환대와 몰입 사이의 경험을 실험한다. 2025년에 개인전 《힘(Wild Wisdom)》(LDK DT, 서울)을 열었고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활동했으며,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2019), 주캐나다한국문화원(2019), 대림미술관(2020), 대안공간 LOOP(2022), 우민아트센터(2022), 우란문화재단(2025) 등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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