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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돌아온 함양아, 8년 연구 프로젝트 집대성…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김민주
2026-08-04

f01e5edaae2d9.jpg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 2026, 8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22분. 사진 남서원. © 2026.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사진 제공: 아트선재센터)


서울시 종로구 아트선재센터는 2026년 7월 31일부터 10월 4일까지 함양아 개인전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8년부터 이어온 장기 예술 연구 프로젝트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의 신작을 중심으로 지난 8년간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2026)과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2026)를 비롯해 프로젝트와 연결된 주요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며, 현대 사회의 정치·경제·환경적 구조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서사를 탐구해 온 작업의 흐름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는 금융, 정치, 기술, 교육, 노동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추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서사를 구축하는 장기 예술 연구 프로젝트다. 함양아는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 나아가 데이터자본주의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의 변화와 그 과정에서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 환경 위기, 인간의 불안과 고통을 추적하며, 인간과 사회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전시의 중심이 되는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2006)은 거대한 원형 구조의 8채널 비디오 설치로 구현된다. 기존 연작이 국가와 정치, 경제 등 거시적 서사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업은 개인과 공동체의 '몸'을 매개로 일상과 노동, 생로병사, 종교와 문화 등 일곱 개의 장면을 따라 인간과 생태계에 남겨진 변화의 흔적을 살펴본다. 수장(水葬)과 탄생, 노동과 일상을 거쳐 디지털화된 물의 이미지로 이어지는 순환의 서사는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생명 공동체의 가능성을 질문하며, 진보 중심의 세계관을 넘어 새로운 순환적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또 다른 신작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2026)는 '디지털 가드닝(Digital Gardening)' 개념을 바탕으로 진행 중인 웹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다채널 비디오 설치다. 세계 각지의 참여자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기록한 사적인 독백을 수집해 '일상생활', '제도', '사회심리', '자연', '과학과 기술' 등 다섯 개의 서사로 재구성한다. 여러 언어가 공간을 채우는 설치는 개인의 작은 목소리가 거대한 세계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며, 관람객이 자신만의 서사를 구성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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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아,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 2026, 다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각 5–15분. 사진 남서원.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사진 제공: 아트선재센터)


이와 함께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된 〈잠〉(2015–2016), 금융자본주의의 구조를 추적한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2019), 사회 구조적 기아를 다룬 〈주림 2.0〉(2023), 돌봄과 배움의 의미를 다시 묻는 〈사람은 무엇을 배우나〉(2021–2022), 관계망을 확장하는 온라인 플랫폼 〈우물 또는 광장,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웹 프로젝트〉(2022–)와 프로젝트의 개념을 시각화한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다이어그램〉(2026) 등 주요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가 축적해 온 연구와 사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함양아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는 거대 서사와 미시 서사를 엮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 모든 존재가 서로 관계를 맺고 비추는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인류를 포괄하는 새로운 미래 이야기가 필요하며, 그 이야기는 다시 과거로 이어져 끊임없이 순환한다"고 말하며 인간과 사회, 자연을 연결하는 새로운 서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2010년 개인전 《형용사적 삶 > 넌센스 팩토리》 이후 16년 만에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함양아의 개인전이기도 하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에는 2014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비극적 사건 이후 "작가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팬데믹과 전쟁, 기후 위기 등 복합적인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작가는 개인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우물'이자 공동의 사유를 나누는 '광장'으로서 전시를 펼쳐 보이며, 서로 연결된 순환의 세계를 다시 상상하는 시간을 제안한다.


전시 기간 중에는 8월 1일 함양아 작가가 신작과 프로젝트의 여정을 소개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리며, 8월 29일에는 일본 간사이대학 교수이자 국립국제미술관 객원연구원인 마정연의 강연 '파노라마적 상상력의 작동 방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작가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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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함양아. 사진 남서원.

(사진 제공: 아트선재센터)


함양아(Yang Ah Ham, b.1968)

함양아는 서울과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미술이론과를 졸업한 후 뉴욕대학교(NYU) 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를 공부했다. 미국, 중국, 네덜란드, 터키 등 여러 지역에서 거주했던 경험을 토대로 사회 시스템 안에서 존재하는 개인과 집단 그리고 사회화된 자연에 대한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트랜스미디알레(2021, 베를린), 대안공간 루프(2019, 서울), 아트선재센터(2010, 서울), 금호미술관(2005, 서울), 아트페이스(2000, 텍사스)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아시아트리엔날레맨체스터(2025, 맨체스터), 광주비엔날레(2024, 광주), 타이베이시립미술관(2018, 타이베이), 아시아아트비엔날레(2017, 타이중),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16, 서울), 국립현대미술관(2013, 서울), ZKM(2013, 카를스루에), 상하이비엔날레(2008, 상하이), 팔레드도쿄(2006, 파리), 드아펠암스테르담(2003, 암스테르담)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3년 올해의 작가상 수상 후보에 선정되었으며,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암스테르담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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