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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는 어디로 갔을까?... 정민기 개인전 《두께를 잃어버린》

김민주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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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 덩어리의초상-오직 당신과 하늘만이 아는 이야기, 2026.

(사진 제공: 정민기)


서울 서대문구 전시공간 10의 n승에서는 7월 10일부터 7월 31일까지 정민기 개인전 《두께를 잃어버린》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천에 솜을 채워 입체 조형물을 만든 뒤 이를 다시 해체하고 다리미로 납작하게 다려 캔버스에 씌우는 작가의 신작 연작을 선보인다. 평면 회화와 설치를 통해 물리적 두께를 잃고 껍질만 남은 사물들을 바라보며, 존재의 유한성과 소멸 이후에도 남는 시간의 흔적을 탐구한다.


정민기의 작업은 입체에서 평면으로 향하는 독특한 제작 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원단에 솜을 채워 부풀어 오른 조형물을 만든 뒤 바느질과 채색을 더하고, 이후 이를 다시 해체해 솜을 모두 제거한다. 다리미로 납작하게 눌린 표피는 캔버스 위에 고정되며 하나의 회화로 완성된다. 이처럼 평면은 처음부터 주어진 화면이 아니라, 한때 부피를 지녔던 존재가 사라진 뒤 남겨진 흔적이자 증거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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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 한없이 가벼운 부피로 채워진 찬란한 이름이로, 25x27cm, 2026.

(사진 제공: 정민기)


이번 전시에는 주저앉은 핸드워시 통과 신발 등 일상에서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사물들이 작품의 소재로 등장한다. 알맹이가 빠져나간 뒤 남겨진 구겨진 표면은 어딘가 익살스러운 블랙 코미디를 연상시키지만, 그 주름 사이에는 작가가 반복한 바느질과 채색의 시간이 고스란히 축적돼 있다. 전시는 소멸과 상실을 단순한 끝이 아닌, 비워진 자리에서 새로운 시간과 감각이 다시 시작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고 설명한다.


정민기는 직물과 재봉틀을 주요 매체로 회화와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며 바느질이 지닌 치유와 결합의 속성을 통해 사라져가는 존재와 기억의 흔적을 탐구해왔다. 작가는 재봉틀이라는 노동 집약적인 도구를 통해 사물의 상처를 기워내는 '동시대적 샤먼'의 역할을 수행하며, 소외된 존재들의 이야기를 화면 위에 이어 붙인다.


《두께를 잃어버린》은 사물의 외형보다 그 안에서 빠져나간 시간과 기억을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납작하게 남겨진 껍질은 소멸의 흔적이면서도 또 다른 존재의 시작을 암시하며, 우리가 지나쳐온 사물과 삶의 흔적을 새롭게 마주하도록 이끈다.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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