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나, 뾰족한 초록 줄무늬 Spiky Green Stripe, 2025, Oil, Acylic on Wood Panel, 162x117cm
(사진 제공: 페이토갤러리)
서울 중구 동호로에 위치한 페이토갤러리는 3월 5일부터 4월 4일까지 회화를 기반으로 설치와 플랫·볼륨 회화를 오가며 작업하는 김한나의 개인전 《Tropics: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열대 과일의 과육과 절개된 단면을 인간의 피부와 본능의 감각으로 치환한 신작 회화 17점을 선보인다. 한 입의 탐닉, 두 조각의 파열, 여러 구멍의 사유가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열대 과일의 물질성과 인간의 감각을 연결하며 감각과 상상이 교차하는 장면을 제시한다. 작가는 열대 과일의 과육과 절개된 단면, 흘러내리는 과즙의 물질성을 인간의 피부와 감각, 그리고 억압된 본능의 은유로 치환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한나는 그동안 다뤄온 ‘표면과 이면’의 문제를 열대 과일이라는 유기적 대상을 통해 보다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차원으로 확장한다. 열대 과일을 통해 내부가 외부로 전환되는 순간, 구조가 흐름으로 바뀌는 상태에 주목한다. 작가가 관찰한 열대 과일의 물질성 — 농익어 터지는 과육, 칼날 아래 드러나는 내부의 결, 흘러내리는 과즙 — 은 ‘과잉과 전이의 감각’을 환기한다. 과일을 베어 물고 쪼개고 손으로 움켜쥐는 행위는 단순한 식용을 넘어 제의적 몸짓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은 억압된 것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바타(Georges Bataille)가 말한 ‘에로티즘’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바타유에게 에로티즘은 금기와 규범이 흔들리는 순간, 통제된 질서가 잠시 균열을 드러내는 경험을 의미한다. 김한나는 열대 과일의 절개된 단면과 파열의 이미지를 통해 그러한 경계의 순간을 회화적 장면으로 드러낸다.

페이토갤러리, 김한나 《Tropics: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 전시 전경, 2026.
(사진 제공: 페이토갤러리)
절개된 단면과 갈라진 구조, 드러난 중심은 통제된 표면 아래 잠복해 있던 에너지가 외부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그 순간은 부패와 생성, 해체와 형성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태이기도 하다. 하나의 질서가 흔들리며 다른 질서로 이동하는 이 장면은 불안정하지만 동시에 생동하는 생명력을 드러낸다.
이처럼 김한나는 열대 과일의 파열과 흐름을 통해 문명적 규범과 본능적 충동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열대 과일은 더 이상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가 이동하는 순간을 드러내는 물질로 등장한다. 전시는 4월 4일까지 휴관일(일·월)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페이토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가 소개

김한나 작가 프로필 이미지
(사진 제공: 페이토갤러리)
김한나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균열, 표면 아래 잠복한 긴장,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정서의 잔여를 물질과 구조로 번역해 왔다. 이러한 탐구는 감정이 어떻게 형태로 드러나는가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초기에는 버려진 물건과 재활용품을 활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사물의 기능을 지우고 결합과 접합을 통해 불안정한 구조를 만들고, 감정의 덩어리를 공간 안에 배치했다. 2017년 개인전에서는 생성과 탈락이 반복되는 조형 단위를 통해 ‘완결되지 않은 상태’를 하나의 태도로 제시하기도 했다.
2021년 이후 작가는 설치 작업을 평면으로 압축한 부조 회화에 집중해 왔다. 나무 패널을 자르고 뒤집어 재조합하는 방식은 화면의 앞과 뒤를 교차시키며 ‘표면과 이면’의 관계를 전복한다. 김한나는 감정을 매끈하게 정리된 이미지로 제시하기보다 도려낸 단면과 남겨진 조각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상태로 바라본다.
최근 작업에서는 외부 자극과 내부 반응의 간극, 그리고 감정의 흔적이 남는 물질적 표면을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화면을 자르고 뒤집고 도려내는 방식으로 매끈한 표면을 거부하며, 잘리고 남은 단편과 지워지지 않는 흔적 속에서 감정이 하나의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계속 생성되는 상태로 존재함을 드러낸다.

페이토갤러리, 김한나 《Tropics: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 포스터 이미지, 2026.
(사진 제공: 페이토갤러리)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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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뾰족한 초록 줄무늬 Spiky Green Stripe, 2025, Oil, Acylic on Wood Panel, 162x117cm
(사진 제공: 페이토갤러리)
서울 중구 동호로에 위치한 페이토갤러리는 3월 5일부터 4월 4일까지 회화를 기반으로 설치와 플랫·볼륨 회화를 오가며 작업하는 김한나의 개인전 《Tropics: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열대 과일의 과육과 절개된 단면을 인간의 피부와 본능의 감각으로 치환한 신작 회화 17점을 선보인다. 한 입의 탐닉, 두 조각의 파열, 여러 구멍의 사유가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열대 과일의 물질성과 인간의 감각을 연결하며 감각과 상상이 교차하는 장면을 제시한다. 작가는 열대 과일의 과육과 절개된 단면, 흘러내리는 과즙의 물질성을 인간의 피부와 감각, 그리고 억압된 본능의 은유로 치환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한나는 그동안 다뤄온 ‘표면과 이면’의 문제를 열대 과일이라는 유기적 대상을 통해 보다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차원으로 확장한다. 열대 과일을 통해 내부가 외부로 전환되는 순간, 구조가 흐름으로 바뀌는 상태에 주목한다. 작가가 관찰한 열대 과일의 물질성 — 농익어 터지는 과육, 칼날 아래 드러나는 내부의 결, 흘러내리는 과즙 — 은 ‘과잉과 전이의 감각’을 환기한다. 과일을 베어 물고 쪼개고 손으로 움켜쥐는 행위는 단순한 식용을 넘어 제의적 몸짓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은 억압된 것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바타(Georges Bataille)가 말한 ‘에로티즘’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바타유에게 에로티즘은 금기와 규범이 흔들리는 순간, 통제된 질서가 잠시 균열을 드러내는 경험을 의미한다. 김한나는 열대 과일의 절개된 단면과 파열의 이미지를 통해 그러한 경계의 순간을 회화적 장면으로 드러낸다.
페이토갤러리, 김한나 《Tropics: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 전시 전경, 2026.
(사진 제공: 페이토갤러리)
절개된 단면과 갈라진 구조, 드러난 중심은 통제된 표면 아래 잠복해 있던 에너지가 외부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그 순간은 부패와 생성, 해체와 형성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태이기도 하다. 하나의 질서가 흔들리며 다른 질서로 이동하는 이 장면은 불안정하지만 동시에 생동하는 생명력을 드러낸다.
이처럼 김한나는 열대 과일의 파열과 흐름을 통해 문명적 규범과 본능적 충동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열대 과일은 더 이상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가 이동하는 순간을 드러내는 물질로 등장한다. 전시는 4월 4일까지 휴관일(일·월)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페이토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가 소개
김한나 작가 프로필 이미지
(사진 제공: 페이토갤러리)
김한나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균열, 표면 아래 잠복한 긴장,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정서의 잔여를 물질과 구조로 번역해 왔다. 이러한 탐구는 감정이 어떻게 형태로 드러나는가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초기에는 버려진 물건과 재활용품을 활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사물의 기능을 지우고 결합과 접합을 통해 불안정한 구조를 만들고, 감정의 덩어리를 공간 안에 배치했다. 2017년 개인전에서는 생성과 탈락이 반복되는 조형 단위를 통해 ‘완결되지 않은 상태’를 하나의 태도로 제시하기도 했다.
2021년 이후 작가는 설치 작업을 평면으로 압축한 부조 회화에 집중해 왔다. 나무 패널을 자르고 뒤집어 재조합하는 방식은 화면의 앞과 뒤를 교차시키며 ‘표면과 이면’의 관계를 전복한다. 김한나는 감정을 매끈하게 정리된 이미지로 제시하기보다 도려낸 단면과 남겨진 조각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상태로 바라본다.
최근 작업에서는 외부 자극과 내부 반응의 간극, 그리고 감정의 흔적이 남는 물질적 표면을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화면을 자르고 뒤집고 도려내는 방식으로 매끈한 표면을 거부하며, 잘리고 남은 단편과 지워지지 않는 흔적 속에서 감정이 하나의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계속 생성되는 상태로 존재함을 드러낸다.
페이토갤러리, 김한나 《Tropics: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 포스터 이미지, 2026.
(사진 제공: 페이토갤러리)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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