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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이 없었다면, 나는 운이 전혀 없었을거야” — 미학관 재개관展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 개최

김민주
202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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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류, I Don’t Know If It’s Just Me, 2022, Oil on canvas, 31.8 × 31.8 cm 

(사진 제공: 미학관)


홍제천이 흐르는 서대문구 홍제동으로 자리를 옮긴 미학관이 확장 이전 이후 첫 전시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를 3월 6일부터 4월 5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듀킴, 박웅규, 윤미류, 이민지, 이은실 등 다섯 명의 시각예술 작가가 참여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주체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새로운 공간에서의 시작을 알리는 재개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감지되는 ‘징조’라는 감각을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불길한 징조’는 본능적으로 감지되는 불행의 신호이자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 같은 불확실성을 온몸으로 인식하는 실존적 감각이다. 이는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과 공허함,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절망의 상태이기도 하다.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는 이러한 징조를 감지하며 발생하는 실존적 전율을 다섯 작가의 작업을 통해 실체화하는 전시이다.


b9fb12b06dbc7.jpg이민지, 낙진하는 밤, 2025, 스크린 프린트, 100 × 210 cm

(사진 제공: 미학관)


이은실은 억압된 욕망과 금기된 감정을 추상적 장면으로 번역하며, 박웅규는 종교적 형식을 차용해 성스러움과 불결함의 경계를 탐구한다. 듀킴은 퀴어성과 의례의 구조를 교차시키며 주변화된 존재들을 위한 새로운 무대를 제안하고, 윤미류는 인물의 찰나를 통해 익숙함 속의 낯섦을 드러낸다. 이민지는 ‘본 것’과 ‘보지 못한 것’ 사이의 간극을 탐구하며 포착되지 않는 유령적 감각을 사진과 영상, 텍스트로 기록한다.


매슬로우의 이론처럼 인간의 최상위 욕구가 자아실현이라면,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 발전으로 노동의 성취가 약화되고 자아실현의 신화가 흔들리는 오늘날은 도달할 수 없는 욕구 앞에서 좌절과 절망이 반복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개인이 느끼는 불길한 징조와 절망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집단적 감각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전시는 절망과 불길한 징조를 단순히 부정적인 상태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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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093146fbc258.jpg(위) 박웅규, 무덤 속 구멍난 남자의 주검, 2011, 종이에 먹, 30x190

(아래) 이은실, Tentacle Ⅰ, 2024, 장지에 수묵 채색,  46 × 160 cm

(사진 제공: 미학관)


전시 제목은 알버트 킹(Albert King)의 블루스 곡 <Born Under a Bad Sign>에서 착안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미학관 이슬비 디렉터는 “If it wasn't for bad luck, I wouldn't have no luck at all(불운이 없었다면, 나는 운이 전혀 없었을거야)”이라는 노랫말처럼 운과 불운을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필연적인 대칭점으로 바라본다. 이 관점에서 불길한 징조와 절망 역시 제거해야 할 부정적 상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조건이자 새로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상태로 이해된다.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시작은 조용히 예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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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킴, Stan. Slam. Amen., 2025, 스테인리스 스틸, 블로운 유리, 소나무, 황동에 화이트 골드 도금, 비즈, 혼합재료  100 × 30 × 103 cm 

(사진 제공: 미학관)


재개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공간의 새로운 출발과 맞물려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미학관은 동시대의 흐름 속에서 감지되는 징조들을 읽어내고 이를 감각의 언어로 드러내는 사유의 공간을 지향한다.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는 그 첫 장면으로서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전시이다. 전시는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내2나길 2, 2층에 위치한 미학관의 새로운 공간에서 4월 5일까지 휴관일(월·화,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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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관]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 포스터 이미지

(사진 제공: 미학관)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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