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미드나잇》 전시 전경, 촬영 조준용 (사진 제공: 뮤지엄헤드)

뮤지엄헤드는 2025년 9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기획 단체전 《미드나잇 미드나잇》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류인(1956–1999), 박영숙(1941–2025), 홍승일(b.1960)의 작업을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겹쳐보며, 한국 현대미술의 전환기 속에서 어떤 실천이 기억되고 누락되었는지, 그리고 여전히 남은 당대적 과제를 되묻는다. 한바탕의 소동이 끝난 뒤 남는 것은 무엇인가. 전시는 그 질문을 품은 채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지점을 탐색한다.

류인의 조각은 인간 실존의 고통과 한계를 드러내며, 사실적 묘사와 추상적 구조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독자적인 형상성을 구축한다. 그의 인체는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조각적 사유의 중심축으로, 1980년대 한국 조각이 지닌 형상성과 추상의 경계를 넘어선 실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진가 박영숙은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일관되게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사진의 권력 관계를 재구성해왔다. 초기 인물사진부터 〈미친년 프로젝트〉, 〈그림자의 눈물〉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는 연극적 장면과 사회적 신체, 그리고 대상을 향한 포용적 태도를 탐구하며 한국 여성사진의 역사적 지평을 확장시켰다.

홍승일은 1980년대 ‘메타복스’ 활동을 비롯해 제도와 매체의 경계를 실험한 작가로, 설치 개념이 막 형성되던 시기부터 장소특정적 작업을 전개했다. 도시의 폐자재를 활용한 설치 《죽은 갯벌과 황폐한 영혼》(1996)은 사라짐과 생성의 순환 속에서 동시대 미술의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드러내며,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 실천의 의지를 환기한다.

《미드나잇 미드나잇》은 세 작가의 중첩된 시간을 통해 단순한 회고나 복원이 아닌, ‘새로움’과 ‘시급함’의 언어로 포착되지 않는 현재의 증상과 공백을 비춘다. 과거의 실험과 오늘의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전시는 미술의 역사 속 누락된 시간들을 다시 불러세운다.

사진 및 자료 제공: 뮤지엄헤드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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