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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장의 목탄 드로잉으로 엮은 삶과 이별, 그리고 치유 — oaoa, 임지민 개인전 《새처럼 훨훨 날아가》 개최

김민주
2025-09-15

임지민 《새처럼 훨훨 날아가 Fly Away Like a Bird》 애니메이션 전시 전경,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사진 제공:오에이오에이)


오에이오에이는 2025년 9월 3일부터 10월 4일까지 임지민 작가의 개인전 《새처럼 훨훨 날아가 Fly Away Like a Bird》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다섯 번째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이는 자리이다. 따뜻한 감성의 회화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 수년간 이어온 애도와 상실의 주제를 확장하며, 특히 가까운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이별의 의미’를 다시금 사유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비롯해 총 1218장의 원본 목탄 드로잉 중 102장이 설치형식으로 전시되며,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기록한 영상 자료도 함께 소개된다.

 

임지민의 일련의 작업세계는 부친과의 사별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 그의 작품은 상실이 남긴 공허와 슬픔, 그리고 그 안에서 파생되는 애도의 감정을 탐구해왔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단순히 개인적 체험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삶 속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별의 순간과 부재의 경험을 상징적인 이미지와 서정적인 시각 언어로 형상화하여, 관객 스스로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는 통로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목탄은 사라짐과 남겨짐, 망각과 기억을 오가며 흔적을 쌓아가는 매체로 자리한다. 쉽게 지워지고 다시 그려지는 반복 속에서 축적된 흔적은 고유한 시간성을 담아내며,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될 때에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살아 움직이는 화면으로 이어진다.


임지민 《새처럼 훨훨 날아가 Fly Away Like a Bird》 목탄 드로잉 설치 전경,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사진 제공:오에이오에이)



2023년 작품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와》에서 작가는 ‘예고 없이 밀려드는 슬픔’을 파도에 빗대어 표현했다. 파도, 종이비행기, 새와 같은 모티프는 구체적인 현실의 순간을 추상화하는 장치이자, 관객이 각자의 상실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매개였다. 이번 신작은 이러한 상징적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특별히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계와 감정의 변화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환을 이룬다. 

 

이번 전시작 《새처럼 훨훨 날아가》는 자신보다 더 많은 이별을 감내해 온 삶을 곁에서 바라보며, 애도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작가가 어머니와의 대화 중 영감을 얻었던 “내 걱정 말고 앞을 보고 가. 때로는 하늘을 보고 날아가도 좋아.”라는 말은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순간을 지켜보는 이의 슬픔과 두려움도 드러낸다. 아버지와의 사별이 남긴 감정은 단번에 사라지지 않고,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변화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되돌아오며 흔적을 남긴다. 영상 속 장면들은 그러한 정서의 결을 따라 겹겹이 쌓인 감정을 불러내며, 개인적 경험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애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임지민 《새처럼 훨훨 날아가 Fly Away Like a Bird》 목탄 드로잉 설치 전경,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사진 제공:오에이오에이)


총 5분 43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은 네 개의 주요 서사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한 사람의 삶,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반려견과의 작별, 그리고 곁에서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 비친 관계의 시간이 이어지는 화면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더해져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작품은 슬픔과 상실이 개인을 넘어 보편적인 정서로 작동함을 보여주며, 남겨진 이들이 서로의 상처와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번 전시는 임지민의 목탄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내는 반복적 흔적과 변화, 그리고 사라짐과 남겨짐의 과정을 통해, 상실과 애도의 감정을 직접 마주하고 성찰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관객은 고요하면서도 치열하게 축적된 흔적 속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겹쳐보며, 삶과 관계, 그리고 회복에 대한 사유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임지민(b.1986)은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현대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기억의 조각을 모으다》(서진아트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시선의 흔적》(갤러리 그리다, 2016), 《부유하는 기억들》(갤러리시작, 2017), 《닫힌 문, 열린 막》(로우갤러리, 2018), 《잔향》(FAS, 2019) 《잘못 적어 밀린 답들》(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20), 《이같이 별일 없는 날이지만》(학고재 디자인 | 프로젝트 스페이스, 2021), 《다시, 안녕》(소노아트, 2022),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와》(드로잉룸, 2023), 《작은 안부, 사소한 고백》(나리화랑, 2024) 등 매년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및 자료 제공: 오에이오에이(oaoa)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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