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속도만큼이나 날카롭다. 경쟁과 불안이 일상이 된 지금, 사람들은 더 이상 강한 언어보다 다정한 감각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매년 소비 흐름을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5》는 올해의 주요 키워드로 ‘무해력(無害力)’을 꼽았다. 귀엽고 순수하며 해롭지 않은 힘—오히려 그래서 더 큰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태도다.
성남큐브미술관에서 4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열리는 2025 성남의 얼굴전 《무해한 이야기》는 바로 이 시대적 감수성에 응답하는 전시다. 2006년 시작된 이래 성남 지역과 인연이 있는 작가들을 꾸준히 조명해온 ‘성남의 얼굴전’은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며, 동시대 시각예술이 실천할 수 있는 ‘무해한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전시에 참여한 7인의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해함’을 해석하고, 이를 시각언어로 풀어낸다.
김민혜(b.1986)는 조각과 평면 사이의 경계를 오가며 새로운 공간을 제안한다. 목탄 드로잉과 출력 이미지를 결합한 작업은 가볍고 덧없지만, 동시에 깊은 사유의 지층을 품고 있다. 조각이라는 무거운 매체를 흩어지는 공기와 시간의 흐름에 연동시키는 그의 태도는 ‘가벼운 존재론’을 실험하는 과정이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설치 작업은 시간의 지층처럼 겹겹이 쌓인 이미지 조각들이 빚어내는 서사다. 빛과 그림자, 형태와 여백, 입체의 물성과 평면의 질감이 서로를 반사하며, 침묵 같은 정적인 공기마저 하나의 매체가 된다. 이는 조각이지만 고정되어 있지 않고, 평면이지만 결코 납작하지 않은—매우 시적인, 존재와 사라짐 사이의 매혹적인 진동이다.
김민혜는 결국 공간을 빚는다. 단지 흙이나 철이 아닌, ‘기억’과 ‘느낌’으로. 그녀의 조각은 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것이다.
김한나(b.1984)는 캔버스, 나무, 우레탄 폼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자신만의 평면 혹은 입체적 구조대를 만들고, 그 위에 색을 입힌다. 회화 같기도, 부조 같기도, 조각 같기도 한 그의 작업은 감정의 다면성과 감각의 진폭을 담는다. 자연 환경과 사회적 관계가 얽힌 감정의 원형을 탐색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명랑함 너머의 복합성과 섬세함을 드러낸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마치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조각들이 자유롭게 흩뿌려진 듯한 인상을 준다. 날것의 색채는 두텁거나 경쾌하게 화면을 누비며, 가변적인 구조 위에 하나의 감정 풍경을 그려낸다. 분홍과 초록, 노랑과 빨강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대비는 자연의 빛과 바람, 어둠 같은 감각적 요소로 치환되고, 관람자는 그 안에서 자기 감정의 원형을 투영하게 된다.
그의 화면에는 매 순간 변화하는 기분의 단면이 켜켜이 쌓인다. 단단함과 부드러움, 명랑함과 묵직함이 공존하는 김한나의 작업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감정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자 하는 시도이자, 그 감정들을 시각적 언어로 번역한 결과다.
박성수(b.1995)는 종이 위에 점토를 얇게 바르고 말아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존재의 흔적을 남긴다. 가마에서 구워지는 도자 조각은 결코 완전하지 않으며, 이 불완전함은 오히려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실패와 소실을 통해 의미를 확장하는 태도는 ‘무해력’이 지닌 느긋한 힘을 닮았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다채로운 색채와 형태의 오브제들은 마치 저마다 다른 시간을 간직한 존재들처럼 관람자에게 말을 건다. 그 말은 크지 않지만, 깊다. 도예라는 전통 매체 위에 사유의 결을 입힌 박성수의 작업은 끝없이 되묻는 질문과도 같다. “진짜 완성은 어디에 있는가?”
배윤환(b.1983)은 사회적 이슈나 일상에서 떠오른 단상들을 동화적인 화풍으로 풀어내며, 해학과 풍자를 잃지 않는다.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균열, 부정합의 틈을 들여다보며 강한 주장 없이도 비판적 시선을 전달하는 그는, 오늘날 예술이 어떻게 사회에 말을 거는지를 보여준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일련의 회화는 마치 어둠 속에서 홀로 피어오른 기억의 숲처럼,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나무와 인간의 형상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도, 각기 다른 색채와 감정의 결을 품고 있다. 깊은 갈색과 붉은 톤이 켜켜이 쌓인 장면은 가을 낙엽처럼 사라진 시간의 잔해를, 눈 덮인 나무 아래 펼쳐지는 장면은 얼어붙은 감정과 그 아래 흐르는 따뜻한 숨결을 암시한다.
배윤환의 회화는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며, 그의 서사는 읽는 것이 아니라 ‘잠기는 것’이다.
베리킴(b.1986)은 ‘베리랜드’라는 핑크색 행성에서 온 상상 속 캐릭터를 통해 현실을 유쾌하게 비튼다. 귀엽고 유머러스한 이미지 아래에는 획일화된 세상에 대한 비판과 각자의 정체성을 긍정하자는 강한 메시지가 깃들어 있다.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매력과 정체성의 가치를 알고, 그것으로부터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은 그 자체로 ‘무해력’의 실천이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베리킴의 이번 전시 작품은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튀어나온 듯 우리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눈부신 조명 아래 빛나는 형상들은 유년의 추억을 환기시키고,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내면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작가의 베리랜드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베리랜드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최지원(b.1993)은 동양화의 화면 위에서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획의 리듬을 통해 시간성과 감정의 깊이를 탐색한다. 진지하게 ‘가벼워지는’ 붓질은 감정의 무게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그것을 유연하게 통과시키려는 훈련처럼 느껴진다. 그의 화면은 매우 진지한 무심함으로 공기를 담아낸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푸른 화면은 마치 수면 아래로 스며든 숨결처럼 조용하고 투명하게 관람자의 마음을 감싼다. 가볍게 겹쳐지는 곡선의 흐름은 어느 한 점에 머물지 않고 화면 전체를 유영하며, 수면 위의 흔들림처럼 미묘한 감정의 떨림을 품고 있다. 작가는 “힘을 빼는 것”이 오히려 묵직한 사유로 이어진다는 통찰을 바탕으로, 그리기와 지우기의 반복 속에서 ‘진지한 무심함’이라는 아이러니한 힘을 구축한다. 그의 고요한 파장 속에서 우리는 가볍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무게를 느낀다.
홍자영(b.1995)은 정원, 제사상, 상차림 등 ‘공간의 의미’를 전복하는 방식으로 조각을 풀어낸다. 죽은 자를 위한 무덤이자 산 자를 위한 잔칫상이라는 이중성은 조각의 배치가 어떻게 의미를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고정된 형상을 유동적으로 읽어내는 그의 태도는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사유를 품고 있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 출품된 설치작품은 폐허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성스러운 기운을 풍기는 오브제들로 구성된다. 백색으로 덮인 암석, 부서진 기둥, 불꽃처럼 솟은 형상들은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서 마치 어딘가 있었던 세계의 잔재처럼 보인다. 홍자영의 작업은 이야기의 잔해를 수습하고, 파편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질적인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풍경은 비어 있음 속에서 서사를 상상하게 하며, 관람자는 그 공백에 자신만의 감정을 채워 넣게 된다. 물질로부터 시간을 꺼내고, 형태로부터 감정을 불러오는 그의 조형 언어는 ‘기억의 조각화된 무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무해한 이야기》는 말하자면 ‘세지 않은 예술’을 모은 자리다. 과격하거나 충돌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작업들. 이 전시는 예술이 시대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꼭 거칠 필요는 없음을 보여준다. ‘무해력’은 어쩌면 지금 가장 주의 깊고 용감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무해함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Edited by 홍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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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속도만큼이나 날카롭다. 경쟁과 불안이 일상이 된 지금, 사람들은 더 이상 강한 언어보다 다정한 감각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매년 소비 흐름을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5》는 올해의 주요 키워드로 ‘무해력(無害力)’을 꼽았다. 귀엽고 순수하며 해롭지 않은 힘—오히려 그래서 더 큰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태도다.
성남큐브미술관에서 4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열리는 2025 성남의 얼굴전 《무해한 이야기》는 바로 이 시대적 감수성에 응답하는 전시다. 2006년 시작된 이래 성남 지역과 인연이 있는 작가들을 꾸준히 조명해온 ‘성남의 얼굴전’은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며, 동시대 시각예술이 실천할 수 있는 ‘무해한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전시에 참여한 7인의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해함’을 해석하고, 이를 시각언어로 풀어낸다.
김민혜(b.1986)는 조각과 평면 사이의 경계를 오가며 새로운 공간을 제안한다. 목탄 드로잉과 출력 이미지를 결합한 작업은 가볍고 덧없지만, 동시에 깊은 사유의 지층을 품고 있다. 조각이라는 무거운 매체를 흩어지는 공기와 시간의 흐름에 연동시키는 그의 태도는 ‘가벼운 존재론’을 실험하는 과정이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설치 작업은 시간의 지층처럼 겹겹이 쌓인 이미지 조각들이 빚어내는 서사다. 빛과 그림자, 형태와 여백, 입체의 물성과 평면의 질감이 서로를 반사하며, 침묵 같은 정적인 공기마저 하나의 매체가 된다. 이는 조각이지만 고정되어 있지 않고, 평면이지만 결코 납작하지 않은—매우 시적인, 존재와 사라짐 사이의 매혹적인 진동이다.
김민혜는 결국 공간을 빚는다. 단지 흙이나 철이 아닌, ‘기억’과 ‘느낌’으로. 그녀의 조각은 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것이다.
김한나(b.1984)는 캔버스, 나무, 우레탄 폼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자신만의 평면 혹은 입체적 구조대를 만들고, 그 위에 색을 입힌다. 회화 같기도, 부조 같기도, 조각 같기도 한 그의 작업은 감정의 다면성과 감각의 진폭을 담는다. 자연 환경과 사회적 관계가 얽힌 감정의 원형을 탐색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명랑함 너머의 복합성과 섬세함을 드러낸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마치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조각들이 자유롭게 흩뿌려진 듯한 인상을 준다. 날것의 색채는 두텁거나 경쾌하게 화면을 누비며, 가변적인 구조 위에 하나의 감정 풍경을 그려낸다. 분홍과 초록, 노랑과 빨강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대비는 자연의 빛과 바람, 어둠 같은 감각적 요소로 치환되고, 관람자는 그 안에서 자기 감정의 원형을 투영하게 된다.
그의 화면에는 매 순간 변화하는 기분의 단면이 켜켜이 쌓인다. 단단함과 부드러움, 명랑함과 묵직함이 공존하는 김한나의 작업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감정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자 하는 시도이자, 그 감정들을 시각적 언어로 번역한 결과다.
박성수(b.1995)는 종이 위에 점토를 얇게 바르고 말아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존재의 흔적을 남긴다. 가마에서 구워지는 도자 조각은 결코 완전하지 않으며, 이 불완전함은 오히려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실패와 소실을 통해 의미를 확장하는 태도는 ‘무해력’이 지닌 느긋한 힘을 닮았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다채로운 색채와 형태의 오브제들은 마치 저마다 다른 시간을 간직한 존재들처럼 관람자에게 말을 건다. 그 말은 크지 않지만, 깊다. 도예라는 전통 매체 위에 사유의 결을 입힌 박성수의 작업은 끝없이 되묻는 질문과도 같다. “진짜 완성은 어디에 있는가?”
배윤환(b.1983)은 사회적 이슈나 일상에서 떠오른 단상들을 동화적인 화풍으로 풀어내며, 해학과 풍자를 잃지 않는다.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균열, 부정합의 틈을 들여다보며 강한 주장 없이도 비판적 시선을 전달하는 그는, 오늘날 예술이 어떻게 사회에 말을 거는지를 보여준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일련의 회화는 마치 어둠 속에서 홀로 피어오른 기억의 숲처럼,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나무와 인간의 형상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도, 각기 다른 색채와 감정의 결을 품고 있다. 깊은 갈색과 붉은 톤이 켜켜이 쌓인 장면은 가을 낙엽처럼 사라진 시간의 잔해를, 눈 덮인 나무 아래 펼쳐지는 장면은 얼어붙은 감정과 그 아래 흐르는 따뜻한 숨결을 암시한다.
배윤환의 회화는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며, 그의 서사는 읽는 것이 아니라 ‘잠기는 것’이다.
베리킴(b.1986)은 ‘베리랜드’라는 핑크색 행성에서 온 상상 속 캐릭터를 통해 현실을 유쾌하게 비튼다. 귀엽고 유머러스한 이미지 아래에는 획일화된 세상에 대한 비판과 각자의 정체성을 긍정하자는 강한 메시지가 깃들어 있다.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매력과 정체성의 가치를 알고, 그것으로부터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은 그 자체로 ‘무해력’의 실천이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베리킴의 이번 전시 작품은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튀어나온 듯 우리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눈부신 조명 아래 빛나는 형상들은 유년의 추억을 환기시키고,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내면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작가의 베리랜드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베리랜드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최지원(b.1993)은 동양화의 화면 위에서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획의 리듬을 통해 시간성과 감정의 깊이를 탐색한다. 진지하게 ‘가벼워지는’ 붓질은 감정의 무게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그것을 유연하게 통과시키려는 훈련처럼 느껴진다. 그의 화면은 매우 진지한 무심함으로 공기를 담아낸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푸른 화면은 마치 수면 아래로 스며든 숨결처럼 조용하고 투명하게 관람자의 마음을 감싼다. 가볍게 겹쳐지는 곡선의 흐름은 어느 한 점에 머물지 않고 화면 전체를 유영하며, 수면 위의 흔들림처럼 미묘한 감정의 떨림을 품고 있다. 작가는 “힘을 빼는 것”이 오히려 묵직한 사유로 이어진다는 통찰을 바탕으로, 그리기와 지우기의 반복 속에서 ‘진지한 무심함’이라는 아이러니한 힘을 구축한다. 그의 고요한 파장 속에서 우리는 가볍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무게를 느낀다.
홍자영(b.1995)은 정원, 제사상, 상차림 등 ‘공간의 의미’를 전복하는 방식으로 조각을 풀어낸다. 죽은 자를 위한 무덤이자 산 자를 위한 잔칫상이라는 이중성은 조각의 배치가 어떻게 의미를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고정된 형상을 유동적으로 읽어내는 그의 태도는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사유를 품고 있다.
성남큐브미술관 《무해한 이야기》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 출품된 설치작품은 폐허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성스러운 기운을 풍기는 오브제들로 구성된다. 백색으로 덮인 암석, 부서진 기둥, 불꽃처럼 솟은 형상들은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서 마치 어딘가 있었던 세계의 잔재처럼 보인다. 홍자영의 작업은 이야기의 잔해를 수습하고, 파편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질적인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풍경은 비어 있음 속에서 서사를 상상하게 하며, 관람자는 그 공백에 자신만의 감정을 채워 넣게 된다. 물질로부터 시간을 꺼내고, 형태로부터 감정을 불러오는 그의 조형 언어는 ‘기억의 조각화된 무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무해한 이야기》는 말하자면 ‘세지 않은 예술’을 모은 자리다. 과격하거나 충돌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작업들. 이 전시는 예술이 시대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꼭 거칠 필요는 없음을 보여준다. ‘무해력’은 어쩌면 지금 가장 주의 깊고 용감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무해함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Edited by 홍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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