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ex Carver', White Cube, Seoul 25 April – 14 June 2025
© Alex Carver.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화이트 큐브 서울은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 (Inside the White Cub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회화와 영상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미국 작가 알렉스 카버(Alex Carver, b.1984, 보이시, 아이다호)의 아시아 첫 개인전 《승화(昇華)》(Effigy)를 개최한다. 초역사적인 사회적, 정치적 불안에 기반을 둔 고통의 묘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2025년 4월 25일부터 6월 14일까지 진행된다. 기계적 기법과 수작업을 결합한 스텐실 스크린, 프로타주, 붓질의 레이어링 등을 활용해 인간의 내면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통에 대한 묘사는 작가에게 있어 예술적 관습을 해체하고 새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인 《승화(昇華)》(Effigy)에서 ‘Effigy’는 본래 ‘형상’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어떠한 인물을 상징하는 조각상을 의미한다. 종종 잔인함을 상징하는 제스처로서 형상은 불태워지기도 하며, 이렇게 승화된 폭력은 작업의 핵심 요소로서 작용한다. 작가는 이 개념을 회화의 언어로 전환해, 감정이 해소되고 형식이 해체되는 과정을 하나의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품에서 신체는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실험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Alex Carver', White Cube, Seoul 25 April – 14 June 2025
© Alex Carver.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전시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은 작가가 ‘지옥(Inferno)’ 혹은 ‘불(Fire)’ 이라 부르는 연작이 전시된다. 이 시리즈는 단테의 14세기 서사시 『신곡』 「지옥」 편에서 영감을 받아, 아홉 개 원을 통과하며 하강하는 여정을 모티브로 삼아 사회적, 정치적, 형이상학적 맥락에서 신체를 고찰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진다.

'Alex Carver', White Cube, Seoul 25 April – 14 June 2025
© Alex Carver.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한편, ‘지옥’ 연작은 화상 환자에게 이식할 피부를 넓게 펴기 위해 사용하는 식피 확장기(skin-graft mesher) 도면을 회화의 구성 요소로 차용하며, 피부와 회화의 유사성을 탐구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불길 속에 뒤엉켜 있으며, 고통과 황홀 사이의 긴장된 감정을 기독교 성화의 구성과 중첩시킨다. 대표작인 <승화>(2024)는 작가가 회화를 향한 열망을 종교적 은유로 표현한 작품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끌어들여 ‘지옥’의 현장을 마주하게 한다. 이어지는 작품 <무심한 시선>(2024)에서는 수술실 구조를 모티브로 삼아 뒤틀린 인물들과 혼돈의 장면을 회화적으로 담아낸다. 공간의 마지막은 삼면화 구조의 <숭배자들>(2025), <상변화>(2025), <공허한 불꽃>(2025)이 이어지며, 연소하는 인체 형상이 배경 속으로 흩어지듯 사라진다.

'Alex Carver', White Cube, Seoul 25 April – 14 June 2025
© Alex Carver.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전시의 두 번째 공간에서는 ‘풍경’(Landscape) 또는 ‘공기’(Air) 연작이 소개된다. 이 시리즈에서 카버는 인간의 형상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대기의 흐름처럼 추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회화적 사유를 이어간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유려한 선들은 수술실 내 무균 공기 순환 시스템 도면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는 화상 환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의료 설비다. 이러한 구조적 기반 위에 작가는 ‘지옥’ 연작의 이미지를 종이에 옮겨 바늘로 폼코어에 구멍을 뚫고, 이를 다시 프로타주(frottage) 기법으로 캔버스에 전사해 다층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원시적 축적’(Primitive Accumulation, 2025), ‘견고한 모든 것’(All That Is Solid, 2025)과 같은 작품 제목을 통해 사회적 폭력과 생명정치적 통제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회화를 ‘유연하고 은유적인 피부’로 바라보며, 그 위에 형상을 재현하거나 미학적 기호를 이식하는 회화의 관습 자체를 비틀고 전복한다. 인간 형상의 중심성을 거부하고 형상과 배경을 대등하게 구성하는 방식은 회화라는 장르가 품을 수 있는 재현의 윤리에 대한 사유로 이어지며, 작가의 예술 실천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24일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 《승화(昇華)》 을 연 알렉스 카버(Alex Carver)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알렉스 카버는 뉴욕과 보이시를 오가며 활동하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FA, 쿠퍼 유니언에서 BFA를 취득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베를린 크라우파-투스카니 자이들러의 《Expanded Skin》 (2024), 보이시 주립대학 블루 갤러리의 《Porous Images》 (2023), 바젤 미술관 Parcours 프로젝트의 《A Desired Mesh》 (2023) 등이 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뉴욕 나흐마드 컨템포러리, 라일스 & 킹,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비엔날레(2021) 등이 있으며, 영화 <The Unity of All Things>(2013)은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그의 영화 작업은 테이트 모던, 베를린국제영화제, 밴쿠버국제영화제 등에서도 소개되었다.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는 현대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화이트 큐브에서 전시 이력이 없는 비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다층적 층위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새로운 예술적 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작가 소개
알렉스 카버(b.1984, 보이시, 아이다호)는 2018년 베를린 크라우파-투스카니 차이들러(Kraupa-Tuskany Zeidler)에서 《Cell》, 2019년에는 뉴욕 미겔 아브루 갤러리(Miguel Abreu Gallery)에서 개인전 《External Fixation》을 선보였으며, 2021년에는 베를린의 크라우파-투스카니 차이들러(Kraupa-Tuskany Zeidler)에서 《Potent Stem》, 2022년에 미겔 아브루 갤러리(Miguel Abreu Gallery)에서 개인전 《Engineer Sacrifice》을 선보인 바 있다.
참여 전시로는 2018년 에이브리 싱어(Avery Singer) 및 피터 스쿨워스(Pieter Schoolwerth)와 함께 한 《Bubble Revision》 및 《Call Out Tools》가 있으며 2021년에는 베를린 크라우파-투스카니 차이들러(Kraupa-Tuskany Zeidler)에서 《Potent Stem》, 루마니아 티미쇼아라에서 미흐네아 미르칸(Mihnea Mircan)과 카시아 레지시즈(Kasia Redzisz)가 기획한 제4회 《Art Encounters Biennial, Our Other Us》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다니엘 슈미트(Daniel Schmidt)와 협업한 장편 영화 <The Unity of All Things>는 2013년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그 외 Tate Modern (런던, 2014), Berlinale (2015), Vancouv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13) 등 여러 국제 영화제 및 전시장에서 소개되었다.
최근 전시로는 2024년 봄 베를린 크라우파-투스카니 차이들러 (Kraupa-Tuskany Zeidler)에서 열린 개인전 《Expanded Skin》이 있으며, 2023년 6월에는 바젤 문화 박물관(Museum der Kulturen Basel)에서 Art Basel Parcours의 일환으로 《A Desired Mesh》를 선보였다.
사진 및 자료 제공: 화이트 큐브 서울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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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arver', White Cube, Seoul 25 April – 14 June 2025
© Alex Carver.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화이트 큐브 서울은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 (Inside the White Cub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회화와 영상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미국 작가 알렉스 카버(Alex Carver, b.1984, 보이시, 아이다호)의 아시아 첫 개인전 《승화(昇華)》(Effigy)를 개최한다. 초역사적인 사회적, 정치적 불안에 기반을 둔 고통의 묘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2025년 4월 25일부터 6월 14일까지 진행된다. 기계적 기법과 수작업을 결합한 스텐실 스크린, 프로타주, 붓질의 레이어링 등을 활용해 인간의 내면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통에 대한 묘사는 작가에게 있어 예술적 관습을 해체하고 새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인 《승화(昇華)》(Effigy)에서 ‘Effigy’는 본래 ‘형상’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어떠한 인물을 상징하는 조각상을 의미한다. 종종 잔인함을 상징하는 제스처로서 형상은 불태워지기도 하며, 이렇게 승화된 폭력은 작업의 핵심 요소로서 작용한다. 작가는 이 개념을 회화의 언어로 전환해, 감정이 해소되고 형식이 해체되는 과정을 하나의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품에서 신체는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실험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Alex Carver', White Cube, Seoul 25 April – 14 June 2025
© Alex Carver.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전시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은 작가가 ‘지옥(Inferno)’ 혹은 ‘불(Fire)’ 이라 부르는 연작이 전시된다. 이 시리즈는 단테의 14세기 서사시 『신곡』 「지옥」 편에서 영감을 받아, 아홉 개 원을 통과하며 하강하는 여정을 모티브로 삼아 사회적, 정치적, 형이상학적 맥락에서 신체를 고찰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진다.
'Alex Carver', White Cube, Seoul 25 April – 14 June 2025
© Alex Carver.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한편, ‘지옥’ 연작은 화상 환자에게 이식할 피부를 넓게 펴기 위해 사용하는 식피 확장기(skin-graft mesher) 도면을 회화의 구성 요소로 차용하며, 피부와 회화의 유사성을 탐구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불길 속에 뒤엉켜 있으며, 고통과 황홀 사이의 긴장된 감정을 기독교 성화의 구성과 중첩시킨다. 대표작인 <승화>(2024)는 작가가 회화를 향한 열망을 종교적 은유로 표현한 작품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끌어들여 ‘지옥’의 현장을 마주하게 한다. 이어지는 작품 <무심한 시선>(2024)에서는 수술실 구조를 모티브로 삼아 뒤틀린 인물들과 혼돈의 장면을 회화적으로 담아낸다. 공간의 마지막은 삼면화 구조의 <숭배자들>(2025), <상변화>(2025), <공허한 불꽃>(2025)이 이어지며, 연소하는 인체 형상이 배경 속으로 흩어지듯 사라진다.
'Alex Carver', White Cube, Seoul 25 April – 14 June 2025
© Alex Carver.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전시의 두 번째 공간에서는 ‘풍경’(Landscape) 또는 ‘공기’(Air) 연작이 소개된다. 이 시리즈에서 카버는 인간의 형상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대기의 흐름처럼 추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회화적 사유를 이어간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유려한 선들은 수술실 내 무균 공기 순환 시스템 도면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는 화상 환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의료 설비다. 이러한 구조적 기반 위에 작가는 ‘지옥’ 연작의 이미지를 종이에 옮겨 바늘로 폼코어에 구멍을 뚫고, 이를 다시 프로타주(frottage) 기법으로 캔버스에 전사해 다층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원시적 축적’(Primitive Accumulation, 2025), ‘견고한 모든 것’(All That Is Solid, 2025)과 같은 작품 제목을 통해 사회적 폭력과 생명정치적 통제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회화를 ‘유연하고 은유적인 피부’로 바라보며, 그 위에 형상을 재현하거나 미학적 기호를 이식하는 회화의 관습 자체를 비틀고 전복한다. 인간 형상의 중심성을 거부하고 형상과 배경을 대등하게 구성하는 방식은 회화라는 장르가 품을 수 있는 재현의 윤리에 대한 사유로 이어지며, 작가의 예술 실천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24일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 《승화(昇華)》 을 연 알렉스 카버(Alex Carver)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알렉스 카버는 뉴욕과 보이시를 오가며 활동하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FA, 쿠퍼 유니언에서 BFA를 취득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베를린 크라우파-투스카니 자이들러의 《Expanded Skin》 (2024), 보이시 주립대학 블루 갤러리의 《Porous Images》 (2023), 바젤 미술관 Parcours 프로젝트의 《A Desired Mesh》 (2023) 등이 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뉴욕 나흐마드 컨템포러리, 라일스 & 킹,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비엔날레(2021) 등이 있으며, 영화 <The Unity of All Things>(2013)은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그의 영화 작업은 테이트 모던, 베를린국제영화제, 밴쿠버국제영화제 등에서도 소개되었다.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는 현대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화이트 큐브에서 전시 이력이 없는 비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다층적 층위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새로운 예술적 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작가 소개
알렉스 카버(b.1984, 보이시, 아이다호)는 2018년 베를린 크라우파-투스카니 차이들러(Kraupa-Tuskany Zeidler)에서 《Cell》, 2019년에는 뉴욕 미겔 아브루 갤러리(Miguel Abreu Gallery)에서 개인전 《External Fixation》을 선보였으며, 2021년에는 베를린의 크라우파-투스카니 차이들러(Kraupa-Tuskany Zeidler)에서 《Potent Stem》, 2022년에 미겔 아브루 갤러리(Miguel Abreu Gallery)에서 개인전 《Engineer Sacrifice》을 선보인 바 있다.
참여 전시로는 2018년 에이브리 싱어(Avery Singer) 및 피터 스쿨워스(Pieter Schoolwerth)와 함께 한 《Bubble Revision》 및 《Call Out Tools》가 있으며 2021년에는 베를린 크라우파-투스카니 차이들러(Kraupa-Tuskany Zeidler)에서 《Potent Stem》, 루마니아 티미쇼아라에서 미흐네아 미르칸(Mihnea Mircan)과 카시아 레지시즈(Kasia Redzisz)가 기획한 제4회 《Art Encounters Biennial, Our Other Us》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다니엘 슈미트(Daniel Schmidt)와 협업한 장편 영화 <The Unity of All Things>는 2013년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그 외 Tate Modern (런던, 2014), Berlinale (2015), Vancouv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13) 등 여러 국제 영화제 및 전시장에서 소개되었다.
최근 전시로는 2024년 봄 베를린 크라우파-투스카니 차이들러 (Kraupa-Tuskany Zeidler)에서 열린 개인전 《Expanded Skin》이 있으며, 2023년 6월에는 바젤 문화 박물관(Museum der Kulturen Basel)에서 Art Basel Parcours의 일환으로 《A Desired Mesh》를 선보였다.
사진 및 자료 제공: 화이트 큐브 서울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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