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Shara Hughes Austin Eddy, Roots n’ Fruits, Galerie Eva Presenhuber x P21, Seoul, 2025 © Shara Hughes, Austin Eddy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Photo: Chunho An
서울 경리단길에 위치한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 X P21에서 미국 출신 작가 부부 샤라 휴즈(Shara Hughes)와 오스틴 에디(Austin Eddy)의 첫 공동 전시 〈Roots n’ Fruits〉가 5월 17일까지 열린다. 독창적인 색감과 감각적인 구성으로 회화의 확장을 모색해 온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이라는 주제를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삶과 예술, 관계의 본질을 탐구한다.
전시 제목인 ‘뿌리와 과일(Roots n’ Fruits)’은 생과 사의 순환, 나무가 자라고 열매를 맺고 소비되는 자연의 리듬을 은유한다. 두 작가는 이를 “무언가를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 은근히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처럼 유쾌하고 직관적인 접근 뒤에는 자신과 타인, 세상과 예술을 둘러싼 섬세한 질문이 숨어 있다.
“우리의 사적인 역사에 대한 헌사이자 미래에 대한 가능성”

Installation view, Shara Hughes Austin Eddy, Roots n’ Fruits, Galerie Eva Presenhuber x P21, Seoul, 2025 © Shara Hughes, Austin Eddy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Photo: Chunho An
샤라 휴즈와 오스틴 에디는 이번 전시를 서로를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에 깊은 유대감이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에디는 “예술적 과정의 시작과 중간, 삶의 순환, 관계의 여러 지점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공동 전시는 우리의 사적인 역사에 대한 헌사이자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라고 덧붙인다.
휴즈 또한 “세상에서 맺는 관계와 경험, 정치적 환경이나 사적인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한다”고 설명하며, “오스틴이 정물, 과일, 물고기, 새를 그린다면, 나는 풍경을 다룬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다루는 의문들은 동일하다”고 말한다.
감각의 풍경, 정돈된 혼돈

SHARA HUGHES Just Peachy 2024 Oil, acrylic, dye on canvas 122 x 101.5 cm / 48 x 40 in HUGHE61640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 the artist Photo: Stan Narten, JSP ART PHOTOGRAPHY
샤라 휴즈의 회화는 꽃, 나무, 과일 등의 자연 요소를 모티프로 삼지만, 그것들은 규정된 형태에 갇히지 않는다. 〈Just Peachy〉(2024)에서 등장하는 복숭아나무는 “붉은색과 초록색 선들이 얽힌 형태로 변형”되어 있어, 초목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환상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녀는 “복숭아가 흐드러진 나무”를 주제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는 미국 남부 조지아 출신이다”라고 말하며,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회화적 이미지로 추상화되는지를 드러낸다.

SHARA HUGHES Fruit Trees 2025 Mixed media on paper 56 x 38 cm / 22 x 15 in HUGHE61641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 the artist Photo: Stan Narten, JSP ART PHOTORGAPHY
〈Fruit Trees〉(2025)는 이러한 추상의 지점을 더욱 밀도 있게 보여준다. 인지 가능한 과일, 풀, 언덕, 나무가 등장하지만 그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휴즈는 “별다른 이슈가 없는 매우 단순한 그림을 그리려고 늘 노력하지만 나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다”며, “결과는 정돈된 혼돈이다. 나와 많이 닮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화면은 충동과 직관으로 가득하며, 색채의 충돌과 형태의 겹침은 작가의 내면이 투영된 풍경처럼 느껴진다.
단순한 구조, 감정의 깊이

AUSTIN EDDY Vulnerable. 2025 Watercolor, Gouache, colored pencil, oil pastel, cut paper on paper Sheet 38 x 56 cm / 15 x 22 in EDDY61638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 the artist Photo: Stan Narten, JSP ART PHOTORGAPHY
반면 오스틴 에디는 보다 구성적인 언어로 회화의 감각을 구현한다. 그는 “자연에 머무르며 풍경을 내면화하는 것을 사랑하지만, 이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묘사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에디의 회화는 명확하게 식별 가능한 형태들—사과, 물고기, 새—를 기하학적이고 구조적인 구도 속에 배치하며, 감정의 상징으로 기능하게 한다.
〈Vulnerable〉(2025)에서는 반으로 잘린 사과가 화면 중심에 등장한다. 그는 “결국, 나는 나의 취약성을 관람객에게 보여주지만, 그 취약성은 사과로 변하는 순간 사라진다. 그 사과가 바로 나”라고 말한다. 이처럼 작가는 개인적 감정을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위치시킴으로써, 회화가 감정을 중성화하거나 환원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AUSTIN EDDY All Great And Precious Things. 2024 Oil, pastel on 152.5 x 91.5 cm / 60 x 36 in EDDY61627
Installation view, Shara Hughes Austin Eddy, Roots n’ Fruits, Galerie Eva Presenhuber x P21, Seoul, 2025 © Shara Hughes, Austin Eddy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Photo: Chunho An
또 다른 작품 〈All Great and Precious Things〉(2024)는 바나나, 사과, 배를 전경에 배치하고, 다양한 패턴과 색면을 배경으로 설정한다. 이는 “과일들이 인간의 의사소통에 대한 비유로 기능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동시에, 보는 이에게 일상의 사물 속에 숨겨진 상징과 정서를 사유하게 만든다.
“들어와서, 즐기고, 소비하세요!”

Installation view, Shara Hughes Austin Eddy, Roots n’ Fruits, Galerie Eva Presenhuber x P21, Seoul, 2025 © Shara Hughes, Austin Eddy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Photo: Chunho An
이번 전시의 공간 구성도 흥미롭다. 프랑스 과일 시장을 연상시키는 녹색과 흰색 줄무늬 벽, 벤치, 사과 모양 외부 간판은 작가들의 시각적 언어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무대로 기능한다. “형형색색의 과일을 진열한 동네 델리에 가곤 합니다.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반짝이는 과일을 보고 있으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고 갖고 싶어지죠,”라며 두 작가는 “이러한 느낌을 갤러리 공간에서도 구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인다. “들어와서, 즐기고, 소비하세요!”
결국, 〈Roots n’ Fruits〉는 회화라는 형식 안에서 두 작가가 어떻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도다. 뿌리처럼 내면의 깊은 질문을 파고들되, 과일처럼 다채롭고 관능적인 표면을 지닌 이 전시는, 현대 회화가 여전히 얼마나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며, 동시에 개인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사진 및 자료 제공: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
Editi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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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Shara Hughes Austin Eddy, Roots n’ Fruits, Galerie Eva Presenhuber x P21, Seoul, 2025 © Shara Hughes, Austin Eddy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Photo: Chunho An
서울 경리단길에 위치한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 X P21에서 미국 출신 작가 부부 샤라 휴즈(Shara Hughes)와 오스틴 에디(Austin Eddy)의 첫 공동 전시 〈Roots n’ Fruits〉가 5월 17일까지 열린다. 독창적인 색감과 감각적인 구성으로 회화의 확장을 모색해 온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이라는 주제를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삶과 예술, 관계의 본질을 탐구한다.
전시 제목인 ‘뿌리와 과일(Roots n’ Fruits)’은 생과 사의 순환, 나무가 자라고 열매를 맺고 소비되는 자연의 리듬을 은유한다. 두 작가는 이를 “무언가를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 은근히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처럼 유쾌하고 직관적인 접근 뒤에는 자신과 타인, 세상과 예술을 둘러싼 섬세한 질문이 숨어 있다.
“우리의 사적인 역사에 대한 헌사이자 미래에 대한 가능성”
Installation view, Shara Hughes Austin Eddy, Roots n’ Fruits, Galerie Eva Presenhuber x P21, Seoul, 2025 © Shara Hughes, Austin Eddy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Photo: Chunho An
샤라 휴즈와 오스틴 에디는 이번 전시를 서로를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에 깊은 유대감이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에디는 “예술적 과정의 시작과 중간, 삶의 순환, 관계의 여러 지점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공동 전시는 우리의 사적인 역사에 대한 헌사이자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라고 덧붙인다.
휴즈 또한 “세상에서 맺는 관계와 경험, 정치적 환경이나 사적인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한다”고 설명하며, “오스틴이 정물, 과일, 물고기, 새를 그린다면, 나는 풍경을 다룬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다루는 의문들은 동일하다”고 말한다.
감각의 풍경, 정돈된 혼돈
SHARA HUGHES Just Peachy 2024 Oil, acrylic, dye on canvas 122 x 101.5 cm / 48 x 40 in HUGHE61640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 the artist Photo: Stan Narten, JSP ART PHOTOGRAPHY
샤라 휴즈의 회화는 꽃, 나무, 과일 등의 자연 요소를 모티프로 삼지만, 그것들은 규정된 형태에 갇히지 않는다. 〈Just Peachy〉(2024)에서 등장하는 복숭아나무는 “붉은색과 초록색 선들이 얽힌 형태로 변형”되어 있어, 초목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환상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녀는 “복숭아가 흐드러진 나무”를 주제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는 미국 남부 조지아 출신이다”라고 말하며,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회화적 이미지로 추상화되는지를 드러낸다.
SHARA HUGHES Fruit Trees 2025 Mixed media on paper 56 x 38 cm / 22 x 15 in HUGHE61641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 the artist Photo: Stan Narten, JSP ART PHOTORGAPHY
〈Fruit Trees〉(2025)는 이러한 추상의 지점을 더욱 밀도 있게 보여준다. 인지 가능한 과일, 풀, 언덕, 나무가 등장하지만 그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휴즈는 “별다른 이슈가 없는 매우 단순한 그림을 그리려고 늘 노력하지만 나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다”며, “결과는 정돈된 혼돈이다. 나와 많이 닮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화면은 충동과 직관으로 가득하며, 색채의 충돌과 형태의 겹침은 작가의 내면이 투영된 풍경처럼 느껴진다.
단순한 구조, 감정의 깊이
AUSTIN EDDY Vulnerable. 2025 Watercolor, Gouache, colored pencil, oil pastel, cut paper on paper Sheet 38 x 56 cm / 15 x 22 in EDDY61638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 the artist Photo: Stan Narten, JSP ART PHOTORGAPHY
반면 오스틴 에디는 보다 구성적인 언어로 회화의 감각을 구현한다. 그는 “자연에 머무르며 풍경을 내면화하는 것을 사랑하지만, 이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묘사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에디의 회화는 명확하게 식별 가능한 형태들—사과, 물고기, 새—를 기하학적이고 구조적인 구도 속에 배치하며, 감정의 상징으로 기능하게 한다.
〈Vulnerable〉(2025)에서는 반으로 잘린 사과가 화면 중심에 등장한다. 그는 “결국, 나는 나의 취약성을 관람객에게 보여주지만, 그 취약성은 사과로 변하는 순간 사라진다. 그 사과가 바로 나”라고 말한다. 이처럼 작가는 개인적 감정을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위치시킴으로써, 회화가 감정을 중성화하거나 환원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AUSTIN EDDY All Great And Precious Things. 2024 Oil, pastel on 152.5 x 91.5 cm / 60 x 36 in EDDY61627
Installation view, Shara Hughes Austin Eddy, Roots n’ Fruits, Galerie Eva Presenhuber x P21, Seoul, 2025 © Shara Hughes, Austin Eddy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Photo: Chunho An
또 다른 작품 〈All Great and Precious Things〉(2024)는 바나나, 사과, 배를 전경에 배치하고, 다양한 패턴과 색면을 배경으로 설정한다. 이는 “과일들이 인간의 의사소통에 대한 비유로 기능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동시에, 보는 이에게 일상의 사물 속에 숨겨진 상징과 정서를 사유하게 만든다.
“들어와서, 즐기고, 소비하세요!”
Installation view, Shara Hughes Austin Eddy, Roots n’ Fruits, Galerie Eva Presenhuber x P21, Seoul, 2025 © Shara Hughes, Austin Eddy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 Vienna Photo: Chunho An
이번 전시의 공간 구성도 흥미롭다. 프랑스 과일 시장을 연상시키는 녹색과 흰색 줄무늬 벽, 벤치, 사과 모양 외부 간판은 작가들의 시각적 언어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무대로 기능한다. “형형색색의 과일을 진열한 동네 델리에 가곤 합니다.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반짝이는 과일을 보고 있으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고 갖고 싶어지죠,”라며 두 작가는 “이러한 느낌을 갤러리 공간에서도 구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인다. “들어와서, 즐기고, 소비하세요!”
결국, 〈Roots n’ Fruits〉는 회화라는 형식 안에서 두 작가가 어떻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도다. 뿌리처럼 내면의 깊은 질문을 파고들되, 과일처럼 다채롭고 관능적인 표면을 지닌 이 전시는, 현대 회화가 여전히 얼마나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며, 동시에 개인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사진 및 자료 제공: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
Editi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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