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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인가 환상인가 — 금호미술관에서 펼쳐진 유현미의 ‘하이브리드 리얼리티’

김민주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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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전경(3F) (사진 제공: 금호미술관)


금호미술관은 2025년 8월 1일부터 9월 28일까지 기획전 《유현미: 하이브리드 리얼리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 설치, 사진, 영상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작업들을 통해 작가의 예술적 실험과 변화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유현미는 조각과 설치 작업으로 출발해 회화적 색채와 조형적 오브제를 결합한 공간 연출, 이를 촬영하는 사진 작업 등 매체 간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빛과 그림자를 물감처럼 덧입히는 조형적 방식, 사진 위에 다시 유화를 채색하는 실험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 이미지와 실재의 틈을 탐구해온 작가의 여정이 이번 전시를 통해 총망라된다.


일상 오브제를 우주적 시선으로 재구성하다


전시의 시작은 3층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코스모스(COSMOS)› 연작이다. 유현미는 깨진 거울, 물컵, 모래시계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무중력 상태로 부유하는 듯한 장면으로 연출하고, 빛과 그림자를 덧입혀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방식은 익숙한 일상적 사물을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며, 현실과 환상, 2D와 3D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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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전경(3F) (사진 제공: 금호미술관)


십장생을 현대적 오브제로 다시 풀어내다


2층 전시장에서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을 주제로 한 ‹십장생› 연작이 전시된다. 해, 산, 물, 구름, 소나무 등 전통적 상징물을 동시대의 일상 사물로 치환해 재구성한 이 연작은 전통 십장생도의 색채를 현대적 감각으로 변형하며, 불안한 현실을 반영하듯 위태롭게 쌓인 오브제들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집’이라는 오브제가 등장해 누구나 꿈꾸는 행복과 그 이면의 불안정한 현실을 동시에 드러낸다.


같은 층의 또 다른 전시장에서는 ‹굿 럭(Good Luck)› 연작이 전개된다. 작가는 전통 정물화인 책거리와 십장생을 모티브로 서구 정물화의 빛과 그림자 기법을 더해 인간이 염원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석류, 지구본, 종이학, 생수병 등 상징성을 지닌 오브제들은 오방색의 생동감을 입고 화면에 등장하며,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새로운 길상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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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전경(2F) (사진 제공: 금호 미술관)


그림이 된 남자, 그는 그림 속 환상인가 현실인가


1층 전시장에서는 유현미가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된 단편영화 ‹그림이 된 남자›가 상영된다. 남자 주인공이 흰 젯소 페인트로 칠해지며 공간과 일체화되고, 결국 하나의 평면적 이미지로 응고되는 과정을 통해 회화, 설치, 사진, 영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복합적 조형 실험을 펼친다. 관람객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작품과 자신 사이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사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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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전경(1F) (사진 제공: 금호 미술관)

 

회화·조각·사진·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현미의 매체적 실험


지하 1층 로비에서는 숫자를 주제로 한 ‹수의 육체(Physical Numerics)› 연작이 펼쳐진다. 자유롭게 배열된 아라비아 숫자 조각들은 바닥과 테이블, 의자 위에 흩어져 존재감을 드러내며, 조지 오웰의 『1984』나 『어린 왕자』 속 인물처럼 숫자가 지닌 세속적 의미와 상징적 층위를 재구성한다. 작가는 숫자의 기호적 개념을 넘어서 시각적·조형적 상상력의 대상으로 확장한다.


지하 1층의 또 다른 전시장에서는 ‹스틸 라이프(Still Life)› 연작이 전시된다. 유현미가 공간과 사물들을 젯소로 덮고, 그 위에 회화적 색채와 빛·그림자를 덧입힌 후 이를 사진으로 포착하는 방식은 그의 대표적 작업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연작은 회화, 조각,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현미 작업의 출발점이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해체하는 작가적 시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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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전경(B1) (사진 제공: 금호 미술관) 


이번 전시는 유현미가 지난 20여 년간 축적해 온 혼성(Hybrid) 전략의 궤적을 돌아보며, 장르적 구분 없이 매체를 넘나드는 실험적 예술 언어를 통해 이미지와 사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다. 조각과 설치, 회화와 사진, 영상과 서사라는 서로 다른 매체의 경계를 흐리고, 그 틈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모호함을 조형적 언어로 풀어내는 유현미의 작업은 기존의 시각적 관습에 질문을 던진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익숙한 이미지의 틀을 벗어나, 사물과 공간, 환상과 실재 사이에서 끝없이 확장되는 감각적 경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현실 너머의 차원을 탐색하고, 장르의 경계선 위에서 펼쳐지는 유현미의 ‘하이브리드 리얼리티’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전시로서, 관객들의 감각과 인식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및 자료 제공: 금호미술관


Edited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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