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태그/008] 왜 ‘지금’ 소리인가: 주목해야 할 동시대 사운드 아티스트 4인

  올해 2월,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2023년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권병준을 선정했다.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rriaud)는 2024년 제 15회 광주비엔날레를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라 명명했다. 그들을 둘러싼 여러 서사를 차치하더라도, 분명한 공통 지점이 떠오른다. ‘소리’이다. 지금의 미술계는 ‘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할 것이다. “왜 소리인가?” “앞으로의 소리는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본 글은 ‘지금 여기’의 미술계가 소리에 주목하는 이유를 동시대 미술이 지니는 양가적 속성을 통해 살피고, 더 나아가 소리를 활용하는 동시대 사운드 아티스트 4인의 작업을 소개함으로써 사운드 아트라는 장르가 지니는 복수성(plurality)1을 다룬다. 


필연적 질문 : 왜 ‘지금’ 소리인가?

  루이지 루솔로(Luigi Carlo Filippo Russolo, 1885-1947)가 ‘소음의 예술(The art of Noise)’을 선언하며 〈인토나루모리(Intonarumori)〉(1913)2를 발표한 지 약 1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소리를 활용한 예술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더 나아가서는 침묵까지도 재료로 활용한 존 케이지(John Milton Cage Jr., 1912-1992)를 지나, 음악의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무-음악(a-music)’을 선언한 백남준을 거쳐 소음을 소음으로서 해방시켰다.

 

좌) 백남준, 〈총체 피아노 Integral Piano〉, 1963, 전구, 도끼, 브래지어 등의 오브제, 피아노, 30.4 x 40.2 cm, 출처 :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

우) 존 케이지, 〈장치된 피아노 Prepared Piano〉, 1946, 나사, 못, 대나무, 플라스틱 조각, 피아노, 가변크기, 출처 : 백남준아트센터 데이터베이스 


  백남준(Nam June Paik, 1932-2006)의 〈총체 피아노(Integral Piano)〉(1963)와 존 케이지의 〈장치된 피아노(Prepared Piano)〉(1946)를 살펴보면, 백남준은 연주의 형식을 빌렸던 케이지와 달리 연주자도 본래의 피아노도 없는 상태를 영구적으로 유지했다. 고전 음악을 상징하는 4대의 피아노는 노출된 채로 바닥에 놓여진 현이 관람객에게 밟히며 연주되기도 하고, 널빤지가 결합되어 건반이 전혀 눌리지 않기도 했으며, 전구, 도끼, 브래지어 등의 오브제가 부착되어 소음으로만 발현되기도 했다. 관객은 이를 자유롭게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 고양된 불확실성을 체험했다. 백남준은 전시를 통해 노이즈를 그 자체로 개방시켰다. 그는 노이즈를 인식하고 생성하는 역할을 오로지 관객에게 맡기며, 노이즈가 가진 저항성을 그 자체로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노이즈를 인식하는 모순과 노이즈의 저항성에 공명하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노이즈를 인식하는 행위의 모순은, 노이즈를 주목하는 순간 노이즈가 노이즈로서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동시에 노이즈에 주목하는 행위는 그 저항성과의 공명을 발생시킨다. 특정 소리를 ‘원치 않는 소리’로 판단하는 지점에는 ‘문화적 판단(cultural judgement)’이 개입되며, 무질서와 함께 태어난 노이즈는 체계를 전복하는 상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3 이러한 모순적 특성과 저항적 특성에서 노이즈는 개인의 주관과 결합되었다. 머레이 쉐이퍼(R. Murray Schaeffer, 1933-2021)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누군가가 듣고 있는 소리는 무엇이든지 음악이 되지만, 어느 순간 그 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그 즉시 노이즈가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4 즉, 노이즈가 지닌 저항성은 고정된 체계를 전복시키는 자유를 바탕으로 하며, 그러한 판단은 주관에 따라 가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객체 지향적 성격을 지닌다.


  이에 따라, 노이즈에서 기인한 소리를 재료로 하는 사운드 아트에는 포스트미디엄 상태(post-medium condition)의 기술적 토대(technical support)5와 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Ontology)의 느슨한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의 속성이 공존한다. 사운드 아트는 음악이라는 전통적 매체를 수영장의 벽 삼아 나아감으로써 기존의 매체 특성을 참고하여 해체하는 방식으로 탄생하였으며, 소리에 대한 인식을 소리를 듣는 주체에게 맡기고 고유의 주파수로 공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연속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의 동시대 미술은 소리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어지러운 지형도를 그리는 동시대의 미술 생태계를 매체적으로도, 탈중심적으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장르가 바로 사운드 아트이며, 이에 대한 연구는 어쩌면 동시대 미술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를 풀어내기 위한 계기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주목해야 할 동시대 사운드 아티스트

전기수 

  전기수는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부 조소 전공 석사를 졸업하고, 모든 존재에게 주어진 과제인 ‘생존’의 의미와 해결 방법,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하며 공간과 청각, 시간과 시각을 다루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문화비축기지 T1에서 열린 《시끄러운 조각》이 있다.

 

《시끄러운 조각》 전시 전경, 2023, 문화비축기지 T1, 작가제공 


  2023년부터 시작된 〈시끄러운 조각〉(2023-) 시리즈는 서울에서 ‘조각하기’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작업을 할수록 비좁아지는 작업 공간에서 작가는 점점 더 얇고 긴 조각의 형상을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정도의 비좁음이 그를 찾아왔다. 그 결과 그의 작업은 청각의 영역으로 삐져나왔다. 공간의 비좁음이 작업 소리가 만들어내는 이웃간 소음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때쯤, 작업 소리는 소음임과 동시에 ‘생존을 위한 소리’로서 존재하기 시작했다.

 

좌) 전기수, 〈시끄러운 조각 : 터터타-쿠후쿠후〉, 2023, 벽돌, 골전도 스피커, 10채널 사운드, 가변설치, 작가제공, 관련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tClsGQJdecY

우) 전기수, 〈시끄러운 조각 : 보보보복〉, 2023, 차음재, 시멘트, 철판, 알루미늄 프로파일,골전도 스피커, 테니스공, 10채널 사운드, 120 x 120 x 500 cm, 작가제공, 관련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p9RYLBmPzV4 


  전기수의 조각은 ‘터터타-쿠후쿠후’, ‘보보보복’, ‘카사카사’ 등의 조심스러운 소리를 내뿜는다. 이때 소리는 듣는 이에 따라 불규칙하고 정보가 없는 소음으로 인식될 수도, 작가와 조각의 생존을 위한 분투가 담긴 숭고한 기록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이처럼, 듣는 이에게 판단을 전적으로 맡긴 여러 소리들은 서로 중첩되며 듣기에 편하지 않게, 다시 말하면, 듣기에 편할 필요에서 자유로운 채 소음 그 자체로 개방된다.


김호남

  김호남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미디어 아트 전공 석사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 중에 있다. 2018년부터 전민제, 홍광민과 함께 Team TRIAD(팀 트라이어드)를 결성하여 청각 경험을 확장하는 매체 실험을 이어나간다. 최근 협업 전시로는 을지로 OF에서 열린 《라디오가 켜진 방》이 있다. 


좌, 우) 《라디오가 켜진 방》 전시 전경, 2023, 을지로 OF, 작가제공, 관련링크 : https://youtu.be/oHzATdl8x5M, https://youtu.be/XCGrjWr9Peg


  《라디오가 켜진 방》에서 작가는 미디어 아티스트 엄기순과의 공동 작업, 페인터 최수진과 뮤지션 이능룡과의 협업으로 두 가지의 작품을 선보였다. 문의 열림과 닫힘의 정도가 만들어내는 빛에 의해 라디오가 반응하며 소리를 생성하는 작품, 사용자가 손전등으로 직접 빛을 비추어 보며 소리를 생성하는 작품이 그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근간에는 엄기순, 정해진과의 콜렉티브 작업으로 선보인 〈웅성거림을 위한 웨이브스케이프(Wavescape for Walla)〉(2023)와 〈웅성거림을 위한 비프스케이프(Beepscape for Walla)〉(2023)가 있다.


좌) 김호남, 엄기순, 정해진, 〈웅성거림을 위한 웨이브스케이프 Wavescape for Walla〉, 2023, 혼합매체, 가변설치, S-Factory, 작가제공, 관련링크 : https://youtu.be/c4NiwvUFGr4

우) 김호남, 엄기순, 정해진, 〈웅성거림을 위한 비프스케이프 Beepscape for Walla〉, 2023, 혼합매체, 400 x 600 x 300 cm, S-Factory, 작가제공, 관련링크 : https://youtu.be/x0_B4eov1T8 


  위 두 작업에서 김호남은 라디오의 채널을 돌리는 과정, 오래된 컴퓨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과거의 소리를 동작하는 장치로 환원했으며, 기억과 결합된 소리를 작동시킴으로써 감각의 영역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과정으로 과거에 존재했던 소리는 현재의 경험으로 치환되었으며, 이후의 작업에서 소리는 공간 내에 존재하는 문, 빛, 페인팅, 관객 등과 협응하며 사적 기억의 영역이 아닌 공동체적 네트워크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Team TRIAD(김호남, 전민제, 홍광민), 〈도시재생장치 #4: 환상통 Urban Jaesaeng Device #4: Phantom Pain〉, 2024, 투 채널 비디오, 사운드, 목재 구조물, 가변크기, 8분, 작가제공, 관련링크 : https://youtu.be/8huabjXr81g


  이러한 확장의 과정은 지난달 팀 트라이어드가 SeMA 벙커 기획전 《빛나는 도시, 어두운 황홀경-현대 도시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들》에서 선보인 〈도시재생장치 #4: 환상통(Urban Jaesaeng Device #4: Phantom Pain)〉(2024)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간 좌우에는 서울과 평양의 도시 데이터를 가공한 스펙트럼과 사운드가 송출되고, 관객은 이들 사이를 걷는다. 관객의 신체는 스크린이 되어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영상의 일시적 만남 패턴(실제로 빛은 절대 섞이지 않는다)을 관조하며, 행위자들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도시의 회집체(assemblage)적6 맥락을 감각한다.


Psients

  사이언스는 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신약 발견 및 개발 연구 석사를 졸업했다. 과학자에서 생물학, 사운드, 음악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예술가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오 아트를 통해 포스트휴먼적 고찰을 담은 작업을 이어나간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으로 공간 디자이너 Jeffrey J. Kim과 프로젝트 〈Codex C〉를 발표했다.


좌) Psients, Jeffrey J. Kim, 〈Signal〉, 2022, LP 레코드, 작가제공, 관련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pWf94DvAfxM

우) Psients, Jeffrey J. Kim, 〈Signal〉, 2022, 공간 바이오아트 – 오디오 비주얼 설치, 커스텀 레코드, 효모, 미생물 배지, 발크로멧, 프로젝션 매핑, 800 x 800 x 450 cm, 작가제공 


  〈Signal〉(2022)은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음악 재생장치를 구현한 작업이다. 작가는 미생물을 페트리 접시에 배양하는 과정과 전자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효모 세포의 소리를 추출하고 샘플링하여 EP 앨범을 발매하였으며 효모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특수 바이닐 레코드를 제작했다. 레코드는 Jeffrey J. Kim과의 협업으로 제작된 공간에서 빛과 소리의 조합으로 재생되며 다-감각적으로 소리의 주체를 인식하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리의 주체는 비인간 영역으로 확대되며, 그들의 소리는 디지털 및 건축 기술을 통해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번역된다. 이후, 사이언스는 이러한 번역의 과정을 최소화하는 듯이, 비인간을 위한 ‘Living’ 악기를 구현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좌) Jeffrey J. Kim, Psients, 〈Codex Resonance 2nd Edition〉, 2024, 오디오 비주얼 설치, 파빌리온, 혼합매체,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320 x 420 x 420 cm, 작가제공

우) Jeffrey J. Kim, Psients, 〈Resonance〉, 2023, 공간 바이오아트 – 오디오 비주얼 설치, 디테일 이미지, 파빌리온, 혼합매체, 박테리아, 1200 x 880 x 3600 cm, 작가제공 


  〈Resonance〉(2023)는 작가가 CJ에서 새롭게 개발한 신소재 플라스틱 PHA를 완전히 생분해하는 비병원성 박테리아 한 종을 분리해 낸 것에서 시작된다. 작가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할 만큼, 이러한 발견은 작가에게 운명적 서사로 다가왔을 것이다. 사이언스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액체가 담긴 인큐베이터로서의 드럼을 개발한다. 인큐베이터의 하단에는 그물로 고정된 128개의 공이 담긴 구획이 설치되었다. 그물과 공에는 모두 PHA 플라스틱이 적용되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물이 생분해되는 과정에서 공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공은 유리막을 때리며 소리를 만든다. 또한, 각각의 공은 서로 다른 생분해의 속도를 지니기에,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를 발생시킨다. 이때, ‘음악’의 주체는 인간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박테리아의 연주는 인간의 기준으로는 너무나 긴, 약 6개월의 러닝 타임이 소요되고, 날파리나 구더기의 생성까지도 포용하며, 그들의 미시적 행위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악기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비인간 존재를 위한 인간 기술의 활용으로, 아날로그적이지만 최적으로 맞춤화되며, 진정한 종 간 협업에 대한 도전을 이룬다.


이해동

  이해동은 서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을 거쳐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부족들과 함께하며 샤머니즘, 민속 신앙적 의식, 노동요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Royal College of Art Contemporary Art Practice 석사를 졸업했으며, 소리의 근원적 탐구를 바탕으로 사운드 오브제를 제작하고 활용하는 퍼포먼스 작업을 이어나간다. 최근에는 작가로서의 작업관 흐름을 담아낸 ‘NO LONGER HUMAN’ 사진집을 출판했다. 


좌, 우) 이해동, 이단, 〈죽음과 소멸의 생태계 :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세레모니 Ecology of Death and Annihilation : A Ceremony for Things that Wither〉, 2021, 퍼포먼스 비디오 스틸 이미지, 52분 간의 라이브 퍼포먼스, 문화비축기지, 작가제공, 관련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mF__JlB4wvk  


  〈죽음과 소멸의 생태계 :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세레모니(Ecology of Death and Annihilation : A Ceremony for Things that Wither)〉(2021)에서 작가는 고대부터 이어진 성스러운 의식으로서의 소리에 주목한다. 52분간 이어지는 퍼포먼스에서 작가를 포함한 두 명의 퍼포머는 풍요를 기원하지 않고 소멸을 기린다. 이를 통해 소멸은 숭고한 구원적 행위로 치환되며, 이러한 소멸에 대한 인식은 이후 〈CEREMONY FOR THE LAST HUMANITY〉(2023)로 이어진다.

 

좌, 우) 이해동, 이단, 〈CEREMONY FOR THE LAST HUMANITY〉, 2023, 퍼포먼스 비디오 스틸 이미지, 40분 간의 라이브 퍼포먼스, The Hanger Gallery RCA London, 작가제공, 관련링크 : https://youtu.be/l77PRKFhWLQ?si=GEqM34BYHRAelkQp

 

  인류세 이후 인류의 가장 큰 위기를 초래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과제는 소멸일 것이다. 이해동은 인간은 모든 생명을 위해 멸종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진화한 유일한 종이라고 주장하며, 멸종 직전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는 지금의 인류를 위한 의식을 펼친다. 의식에서는 작가가 직접 고안한 악기가 사용된다. 작가는 동물을 가축으로써 존재하게 하는 카우벨에서 영감을 얻어 〈The Sound of Restriction series〉(2021-)에서 지속적으로 사운드 오브제를 제작해 왔다.


좌) 이해동, 〈Fossilbell No.02〉, ‘The Sound of Restriction’ series, 2024, 강철, 놋쇠, 전기 케이블, 9 x 8 x 3.5 cm, 작가제공

우) 이해동, 〈Sapiensbell No.24〉, ‘The Sound of Restriction’ series, 2024, 강철, 놋쇠, 전기 케이블과 글루건, 50 x 40 x 40 cm, 작가제공


  사운드 오브제는 호모 사피엔스 이후의 종들이 인류의 부산물을 활용해 호모 사피엔스를 위한 족쇄를 제작한다는 가정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퍼포먼스를 통해 공명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해동에게 사운드는 제의적 행위로 생성된 고대 인류의 소리에서 기인하였으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 개인과 개인의 연속으로 스스로에게 계승되었고, 현재는 미래의 인류까지도 수반하는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되었다. 이를 통해, 고대로부터 미래를 순환하며 선형적 시간선을 넘어서서 전 인류를 관통하는 메시지로서의 사운드가 탄생했다. 작가의 사운드는 개별 수용자의 고유 주파수와 공명함으로써, 사변적 거대 서사가 아닌, 감각할 수 있는 지금 여기의 경험으로 실존적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나가며 : 사운드 아트는 언제까지나 복수적이다.

  지금껏 살펴보았듯이, 사운드 아트는 협업과 창발을 근간으로 한다. 함께하는 대상은 조각이나 회화와 같은 전통적 예술 매체가 될 수도, 영상과 건축 등의 기술 매체가 될 수도, 미생물이나 가축 등의 비인간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운드 아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사운드’라는 재료에 과도하게 집중하거나, 종이를 절단하듯이 유형화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위험한 태도가 낳은 담론의 결과는 고도로 우회된 엘리트주의적 매체특정성의 탄생이나, 사운드에 기대 축적된 자본을 합리화하는 스펙터클의 대피처 마련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사운드 아트가 고정된 장르가 아닌, 장르-해체적이면서도 개별 작품의 서사를 통해 견고해지는 매체적 복수성을 지닌 채, 언제까지나 가변적으로 논의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소현(Collective 188, 독립 큐레이터)

학부에서 예술학을 전공한 후 동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공부하고 있다. 비정형적이나 가시적인 예술 실천을 지향하며, 비가시적인 동시대 예술의 경향을 전시, 교육, 출판 등의 가시적 영역으로 치환하여 조명하고 기록하는 큐레토리얼 콜렉티브 ‘Collective 188’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동시대성 내에서 위태로움을 경험하는 매체 담론에 관심을 두고, 탈-중심화된 매체특정성의 개발을 연구한다. 


‘태그(TAG)’는 신진 평론가를 발굴하기 위한 Thiscomesfrom의 비평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는 10주간 매주 금요일마다 새로운 비평가의 글을 소개하며, 릴레이로 진행됩니다. 각 참가자는 자신의 비평 글과 함께 다음 참가자를 지목(태그)하여 챌린지를 이어갑니다.


1 본 글에서는 복수성을 장-뤽 낭시(Jean-Luc Nancy)의 ‘단수적 복수(singular plurality)’ 개념에서 기인한 표현으로 사용한다. 매체의 내재성을 향한 고립을 경계하고, 바깥을 향해 놓임으로써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다양한 창발을 이루는 특성을 의미한다.

2 일명 ‘소음 악기’로, 노이즈들을 녹음하여 송출하는 기계 장치이다. 루솔로는 이를 통해 소음이 주는 통제에서 벗어난 혼란을 받아들이며, 소음을 복제하고 재현함으로써 순수한 소리의 제한된 경계를 소음의 다양성으로 무너뜨리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3 Jacques Attali, Noise: the Political Economy of Music, trans. Brian Massumi,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85, pp. 6-26. 

4 머레이 쉐이퍼, 한명호, 오양기 (역), 『사운드스케이프』, 서울: 그물코, 2008, p. 279.

5 로잘린드 크라우스가 주장하는 포스트미디엄 상태에서의 기술적 토대는 그린버그와 같이 모든 예술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 특정성을 의미하지 않고, 각각의 예술 형식 내에서 차별적으로 구성되는 개별적 특정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정성이 담긴 ‘토대’는 자신의 매체에 충실한 예술가라면 누구나 자동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로잘린드 크라우스, 『언더 블루 컵』, 최종철 (역), 서울: 현실문화연구, 2023, pp. 262-265 참조. 

6 아상블라주는 콜라주처럼 평면적으로 중첩되거나 단단하게 엮이지 않고 입체적으로 느슨하게 이어진다. 단일한 조화로운 통일체를 거부하며, 객체들 사이의 어떤 관계도 다른 종류의 관계보다 특권적이지 않음을 주장하는 객체지향존재론과 그 맥락을 함께한다. 레비 브라이언트, 『객체들의 민주주의』, 김효진 (역), 서울: 갈무리, 2021, pp. 294-40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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