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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006] 수행하고 실천하는 미술관의/매개의/네 개의 목소리: 《숨결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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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최찬숙, <더 텀블>, 2024, 가변 크기,  3-채널 비디오 설치(FHD), 1분, 컬러, 사운드_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지금 시대의 미술관은 거시적이고 보편적인 사회적 주제를 전면에 다루어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외 많은 미술관이 기후위기, 비인간, 새로운 기술적 측면 등의 주제로 전시를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편 소수의 전시는 단순 유행에 편승해 주제를 설정하는 일회적인 시도에 그치고 있다. 정작 미술관이 어떤 사회적 역할의 관점으로 지속적인 실천을 담아내는지에 대한 내부의 심도 있는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2024년 백남준아트센터는 새롭게 ‘NJP 커미션’의 형식으로 전시를 선보인다. ‘NJP 커미션’은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미술관의 기능을 톺아보며 미술관과 예술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고자 기획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내외 중견 작가의 신작을 제작, 지원하고 외부 큐레이터를 섭외하여 개인이 생산하는 각자만의 의제를 제시해 예술과 사회의 교집합 내 사회적 담론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백남준아트센터는 ‘초연결’의 주제를 통해 변화하는 예술의 가치와 유산 공동체, 그리고 다르지만 함께 공존하는 다성성(多聲性)을 포용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비전을 수립하였다.1 기관의 비전을 바탕으로 《숨결 노래》는 초연결성의 공론장을 ‘커미셔닝(commissioning)’의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커미셔닝은 특정 주제안 또는 전시를 위해 작가에게 신작 제작을 의뢰하는 형태에 가깝지만, NJP 커미션에서의 ‘커미셔닝’은 개별의 예술가와 연구자(큐레이터)를 통해 내적으로 선행되었던 질문을 외부로(전시)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결국 이는 역설적으로 미술관의 제도적 시스템을 이용한 큐레토리얼의 실천적 장이자, 수행적 위임으로서 가치 있는 커미셔닝의 역할로 읽어볼 수 있다. 


본 글에서는 백남준아트센터 ‘NJP 커미션’ 전시《숨결 노래》를 구성한 4명의 작가들의 신작과 참여작을 통해 네 개의 커미셔닝된 목소리를 주목한다. 그리고 이 네 개의 (목)소리를 통해 미술관이라는 특정 시공간 내에서 작동하는 이벤트가 아닌 수행하는 미술관의 공론장으로서 매개된 목소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장소를 넘어 흐르는 사물의 소리: 우메다 테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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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우메다 테츠야 , <물에 관한 산책>, 2024, 가변 크기,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 선풍기, 턴테이블, 모터, 양동이, 비디오, 조명, 종이 피아노_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우메다 테츠야(Tetsuya Umeda)의 <물에 관한 산책>(2024)은 미술관 로비에서 퍼포머의 차분한 안내와 함께 시작한다. “지금부터 <물에 관한 산책>을 시작하겠습니다. 50분간 이동하시면서 모든 문은 제가 열어드립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혹시 궁금한 점이 있어도 투어 중에는 저에게 말을 건네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1층 전시장에 전시된 백남준의 작품 <징기스칸의 복권>(1993)의 설명을 거쳐 <TV 물고기>(1975/1997)까지 순조롭게 투어가 진행된다. 그러나 어항 속 물고기를 살펴보던 중 퍼포머는 은밀하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 작품을 저는 이곳에서 관객분들과 늘 만나면서, 이 중에 한 마리가 수조에서 튀어 올라 어디론가 탈출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리고 탈출한 곳에도 물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이어 그는 어항 유리 표면에 손을 대고 물고기를 잡는 듯한 손짓을 한다. 두 손을 포개어 물고기를 잡은 뒤 조심스럽게 걸어가 계단 옆에 있는 수조에 넣는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수조에는 물이 튀어 오르고 불빛이 번쩍인다. 이렇게 마법적인 순간(magical moments)은 물고기가 <TV 물고기> 속 수조에서 튀어 올라 어디론가 탈출하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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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우메다 테츠야 , <물에 관한 산책>, 2024, 가변 크기,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 선풍기, 턴테이블, 모터, 양동이, 비디오, 조명, 종이 피아노_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우메다 테츠야의 신작 퍼포먼스 <물에 관한 산책>(2024)은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작업이다. 작가는 음악, 설치, 연극, 퍼포먼스, 합창 등 장르와 형식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며 특정 장소에서 파생되는 설치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드러나지 않는 공간에 일상의 사물을 배치하고 움직이게 만들어 관람자가 찾아볼 수 있도록 행위를 유도하는데, 이는 퍼포먼스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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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우메다 테츠야 , <물에 관한 산책>, 2024, 가변 크기,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 선풍기, 턴테이블, 모터, 양동이, 비디오, 조명, 종이 피아노_사진: 강신대,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물에 관한 산책> 퍼포먼스는 마치 정상적인 도슨트 투어의 일환처럼 시작하지만, 물고기를 탈출시킨 도슨트의 행동을 기점으로 관람자를 마법적인 순간으로 초대한다. 퍼포먼스 투어는 ‘통제구역' 팻말을 지나 미술관의 수장고, 사무실, 미술관 뒤 언덕, 피뢰침 등 미술관에서 공개되지 않은 곳으로 관객을 이끈다. 관람객은 투어를 이끄는 다양한 사람들(퍼포머)을 만나기도 하며, 미술관 내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미술관 직원, 도슨트, 관장 그리고 관객—을 마주하게 된다. 나아가 미술관 외벽의 창문들과 배관을 지나는 수많은 전선, 피뢰침 등 미술관에서 작동하지만 보이지 않던 사물에도 시선을 돌리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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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우메다 테츠야 , <물에 관한 산책>, 2024, 가변 크기,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 선풍기, 턴테이블, 모터, 양동이, 비디오, 조명, 종이 피아노_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저는 여러분이 보이지만, 여러분은 저를 볼 수 없습니다.”, “물은 어떨까요, 투명한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물과 지금 제가 생각하는 물은 똑같은 물일까요?”  여기서 퍼포머가 전하는 말을 통해, 작가가 선사하고자 한 마법적인 순간들이 모두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순간임을 알 수 있다. 미술관의 배관을 타고 흐르는 물과 전선들, 직원들이 사용하는 작은 쉼터 그리고 수장고를 거쳐 지나올 때 건물 내부의 생필품들이 적재된 모습을 보며 제도와 시스템 내부에 숨겨진 실재를 볼 때 우리는 사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레이엄 하만(Graham Harman)은 실재(the real)의 개념을 리얼리티(reality)와 구분하는데, 이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어떤 성질의 세계를 지칭한다. 이렇듯 관람자는 시스템 내부에 작동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실재를 경험함으로써 장소를 새롭게 인식하고 발견하게 된다.2 결국 미술관의 작동 방식도 이와 유사한 지점이 있지 않을까, 작품에서 환경과 관람객은 조건으로 변모하고 조건과 조건의 만남은 결국 상황으로 이어진다.


몸짓이 실린 파동의 울림: 에글레 부드비티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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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6) 에글레 부드비티테, 마리아 올샤우트카이테, <송 싱 소일>, 2023, 62cm(h) × ∅640cm, 설치 퍼포먼스, 제작 트램펄린_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전시장에 어렴풋이 전자음으로 믹싱된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를 따라 가면 거대한 세 트램펄린이 하나로 합쳐져 놓여있다. 트램펄린 위에 올라가 두 다리를 뻗고 누워 눈을 감은 채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소리에 집중하여 귀를 기울이니, 어느 순간 트램펄린의 다른 쪽에서 마치 거미줄에 얻어걸린 곤충과 같은 무게감과 진동이 몸에 전해진다.


에글레 부드비티테(Eglė Budvytytė)는 리투아니아 출생으로 빌뉴스와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작가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사회적 규범, 성 역할, 관념 등을 신체와 목소리를 통해 재인식하는 작업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이번 전시작 <송 싱 소일>(2023)은 노래(song), 노래하다(sing), 흙(soil)의 의미를 지닌 세 단어를 시구처럼 조합하여, 땅에 대한 은유를 표현한다.3 <송 싱 소일> 퍼포먼스는 전문 무용수 세 명의 몸짓으로 이루어지며, 트램펄린의 지면을 온몸으로 느끼고 서로의 움직임 속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공유한다. 여기서 트램펄린은 무른 움직임의 파동을 담은 지면이자, 전시장에서 검은 조각으로 존재하는데 이는 땅의 물성을 자각하게 한다. 땅은 삶과 죽음, 무형과 유형의 사물 사이의 영역을 구분하는 포탈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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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7) 에글레 부드비티테, <퇴비의 노래: 변이하는 몸체, 폭발하는 별>, 2020, 가변 크기, 1-채널 비디오 (4K), 28분, 컬러, 유성_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나아가 트램펄린 뒤편에는 에글레 부드비티테의 영상 작업이 상영되고 있다. <퇴비의 노래: 변이하는 몸체, 폭발하는 별>(2020)은 리투아니아 쿠로니안 스핏의 소나무 숲과 모래 언덕에서 촬영된 퍼포밍 필름 작업이다. 동북 유럽에 위치한 쿠로니안 스핏(Curonian Spit)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재로 지정된 장소로 환상적인 자연 환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영상 속 퍼포머들은 마치 자연과 하나된 형태로 모래 위에 몸을 구르고, 갯벌을 기어가며 수평적인 몸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수평적인 몸체는 평소 직립 보행하는 인간 걸음의 수직성을 해체하고 풍경과 하나가 된 인간의 몸을 의미한다. 또한 전시장 안에서는 가사집을 볼 수 있는데, 영상의 배경음악은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연구에서 비롯된 단세포 유기체와 박테리아의 협력과 공생을 은유하는 노랫말이다. 최면을 거는 듯한 다양한 목소리가 여러 층의 사운드로 믹싱되어 들려온다. 인간의 목소리는 더 이상 인간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울려 퍼진다. 


나와 너와 우리의 목소리: 앤 덕희 조던


원형수조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수조에 가까이 다가가니 천장에 매달려 있던 실리콘 손이 움직이며 피아노의 건반을 건드린다. 그러자 마치 손짓에 화답하듯 피아노는 화려한 빛과 함께 연주를 시작한다. 백남준의 플럭서스 피아노를 연상시키는 이 작업은 앤 덕희 조던(Anne Duk Hee Jordan)의 커미션 설치 작품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을 환영한다>(202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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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8) 앤 덕희 조던,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을 환영한다>, 2024, 가변 크기, 설치, 컴퓨터, 제작 피아노, 실리콘 손, 수조, 전기 모터, 진자 추_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은 일방적인 정보전달의 통로로 여겨졌던 텔레비전을 쌍방향 상호작용으로 기능하게 만들어  모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그의 이상은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1969)로 탄생하였고, 완성된 신디사이저는 카메라 등 외부 영상 소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색과 형태를 편집할 수 있었다. 또한 백남준에게 피아노는 텔레비전만큼이나 중요했던 창작 재료였는데, 값비싼 피아노는 기득권을 상징하기도 했으나 피아노가 내는 소리와 소음 그리고 침묵은 그에게 정신성을 소리 내어 표현하는 재료였다. 앤 덕희 조던은 백남준에게 영감 받아 신디사이저를 연상시키는 불빛과 소리 그리고 라이브 스트리밍되는 컴퓨터 모니터를 작품에 설치하였다. 정교한 기계적 설계는 관람객이 작품 근처로 다가가면 라이다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손과 컴퓨터의 진자 운동을 시작한다. 진자 운동을 한 실리콘 손이 피아노 건반에 닿으면 피아노는 연주 소리를 내며 매우 기뻐하듯 관람객을 환영한다.


앤 덕희 조던은 인간-비인간 사이의 관계맺음에 오랜 시간 관심을 두고 작업하였다. 그러나 작가에게 인간과 비인간은 용어적 구별에 불과할 뿐, 두 부류의 생명은 모두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다. 1984년 백남준의 위성쇼는 전지구적 소통이 일상화된 세계를 예언했다. 동시에 이 위성쇼는  첨단 미디어기술이 평화와 소통의 미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소망을 담기도 한다. 백남준이 생전 품었던 기술에 대한 야심은 앤 덕희 조던의 환영식과도 이어진다. 새로운 첨단기술이 유입되어 갈수록 점차 기술은 도구화에서 벗어나 우리의 신체 일부로서 작동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사람의 눈보다 스크린을 더 오랫동안 보고, 매시간 컴퓨팅 시스템 속에서 편리함을 얻고 의지한다. 마찬가지로 비인간 행위자와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자는 새로운 사유가 촉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살아 움직이는 것들에 위계와 계급이 범주화될 수 있을까. 백남준의 예언처럼 그리고 앤 덕희 조던의 작품명처럼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을 환영할 준비를 시작한다. 나와 너와 우리의 목소리는 작품에서 즐거운 불협화음의 멜로디로 울려 퍼진다. 


최찬숙의 이야기: 최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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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9) 최찬숙, <더 텀블>, 2024, 가변 크기,  3-채널 비디오 설치(FHD), 1분, 컬러, 사운드_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광활한 사막 모래 위 바람과 함께 쓸려가는 회전초는 해마다 자기 몸의 일부를 떼어내 생명을 연장한다. 회전초는 스스로 절단면을 내어 뿌리를 끊어내고, 수백 킬로를 바람에 굴러다니며 씨를 흩뿌리는 삶을 살아간다. 최찬숙은 회전초의 생태를 통해 물리적 이동과 정신적 이주에 대한 타자들의 모습을 다양한 매체로 투영하고 있다. 

 

작가는 회전초의 모습을 관찰하고 담아내기 위해 직접 애리조나 지역을 방문해 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긴 시간을 보냈던 게 무색하게도 작가는 회전초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대신 회전초가 나타나는 장소와 탄생지에서 멀어지며 형성된 생물학적 특이성을 조사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이렇듯 최찬숙의 고된 작업 여정의 동력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작가는 칠레의 사막과 고원을 떠돌다 못해 나아가 수개월에 걸쳐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를 (작가 스스로에게)강행하기도 한다. 한국과 독일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활동을 지속하는 작가의 삶은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건 작가의 정체성이 언제나 어느 한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여성 이주자와 이방인으로의 삶은 스스로 어디론가 밀려나는 연약한 존재이기에 항상 경로와 경계면을 주시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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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0) 최찬숙, <더 텀블 올 댓 폴>, 2024, 가변 크기, 1-채널 비디오 설치 (FHD), 30분, 컬러, 사운드, 아카이브_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더 텀블>은 총 3부로 제작된 작품으로, 전시에 출품된 영상 작업은 그 중 1,2 부에 해당한다. 2부 <더 텀블 올 댓 폴>(2024)은 작가가 회전초를 찾기 위해 떠난 여정에서 만난 이라크 참전 용사인 운전기사와 아파치 부족 사람들에 대한 에세이 필름이다. 작가는 애리조나 슈페리어 지역에서 발견되는 화산석의 일종인 흑요석에 대한 전설에서 시작하여,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들은 아파치 부족의 지도자와 그의 가족부터 원주민 참전용사, 전쟁 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운전사로 이들의 이야기를 회전초의 생태로 비유하고 있다. 마치 회전초가 발아시기를 지나 오그라든 씨앗이 쪼개지며 형태는 갖추었지만 이미 죽어버린 모습처럼, 담담히 피로 얼룩진 이야기를 내놓는 세 인물의 모습은 회전초와 닮아있다. 땅을 지키려는 자들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이 뿌리를 내어놓고 바람에 쓸려간다. 작품은 우리 모두 뿌리가 깊이 박혀있지 않아도 원주민의 모습임을 얘기한다. 비非-존재들의 상실과 고통은 거대 서사가 보편성을 유지하는 전략과 같이 역사 속에 편입시켜 자취를 감추게 한다. 작업에서는 배제된 생존자와 희생자의 목소리를 정신적인 지형도 안에 배치시켜, 함께 흐르기를 제안하고 있다.  

 

나가며

 

정립된 학설은 당대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다양한 층위의 사적, 공적 관계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기 어렵다. 진보적 역사관에 뿌리를 둔 중심의 서사는 배제된 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닉 컬드리(Nick Couldry)는 신자유주의 체계를 넘어서기 위해 목소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4 결국 목소리를 나누는 행위는 타인과의 상호 교환을 통해 정체성을 확장하여 지속 가능한 내러티브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숨결 노래》는 미술관이 무엇을 성찰하며 동시에 내재적으로 기능하는 제도적 시스템에서 수렴되지 못한 목소리를 호출함에 의의가 있다. 네 개의 목소리는 각각의 내러티브 속에서 다시 목소리를 얻는다. 


Writer 윤지희(독립 큐레이터)

윤지희는 동양화와 예술학을 공부했다. 주로 움직임이 작동하는 경계면에서 퍼포먼스, 미디어, 관객성을 둘러싼 여러 의제와 방법론에 관심을 두며 글을 쓰고 기획한다. ⟪픽션+미토콘드리아+시스템⟫(Hall 1, 2024), ⟪Pounding Heart⟫(TINC, 2023) 등 전시를 기획했고, 최근에는 슬릭(sleek)한 스크린을 전제로 상이한 매체와 감각을 소환하는 시각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코리아나미술관 큐레토리얼 어시스턴트로 재직 중이다.


‘태그(TAG)’는 신진 평론가를 발굴하기 위한 Thiscomesfrom의 비평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는 10주간 매주 금요일마다 새로운 비평가의 글을 소개하며, 릴레이로 진행됩니다. 각 참가자는 자신의 비평 글과 함께 다음 참가자를 지목(태그)하여 챌린지를 이어갑니다.  


1 <백남준아트센터, “21세기 유산 공동체 시대, 초연결 공유의 플랫폼”>, 경기문화재단. https://ggc.ggcf.kr/p/655f3d263642af40583d6c52  (2024년 10월 10일 접속)

2 우메다 테츠야는 이를 “사물의 퍼포먼스”라 칭한다.

3 <송 싱 소일>은 설치미술 작가 마리아 올샤우트카이테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제작되었다. 

4 Nick, Couldry. Why Voice Matters: Culture and Politics After Neoliberalism. Thousand Oaks, California: SAGE Publications Ltd,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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