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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통하는 영등포 지역 예술의 경로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개최된《장밋빛 미래: 모호한 경계》(2024.12.19.-2025.01.12.) 전시 전경. 왼쪽: 김동형, <멀리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법>, 2024, 한지에 연필, 110 x 52 cm.; 오른쪽: 김동형, <멀리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법>,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7분 40초.


영등포구와 영등포문화재단에서 주최⋅주관하는 <2024 현대미술 기획전 피칭(pitching)>은 동시대적 담론을 선정해 그에 맞는 시각예술 작품을 구성한 전시를 선보이는 시각예술 사업이다. 

현재/오늘의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담론을 바탕으로 선별된 시각예술 작품을 선보이기에, 해당 연도의 키워드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전시에 앞서 비평과 워크숍을 주요 축으로 삼아 작가, 기획자, 비평가, 관람자를 매개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작년부터는 공모 형식을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비평가와의 매칭을 지원하고 있다. 준비 기간 중 작가는 비평가와 총 3회에 걸친 비평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깊이 있게 논의하며, 작업의 개념을 확장하고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비평 워크숍의 진행 과정은 전시장 내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비평가의 글은 도록에 수록될 예정이다.


Part 1.: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


올해 전시 《장밋빛 미래: 모호한 경계》의 주제는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이다. 포스트휴머니즘은 1960년대 후반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기획으로 시작해 1990년대에는 인식론적 기획으로 변모한 ‘인간(human)’의 급진적 해체로부터 나왔다.1) ‘포스트(post)’는 ‘이후’와 ‘–너머’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인간이라는 단어와 결합되어 인간의 범위와 역할을 고민하는 복잡하고도 섬세한 담론을 형성한다. 이에 포스트휴머니즘은 지금껏 ‘주체’로 인식하고 있지 않던 비인간, 객체, 타자 등 논의를 끌어올렸으며, 신유물론, 객체지향 존재론, 인류세, 생태, 인공지능 등 다양한 키워드와 연계되고 파생되면서 점차 확장되어 왔다. 

 

처음 논의가 불거진 지 50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 국내 미술계는 ‘포스트휴머니즘의 해’라고 할 만큼 이 용어가 예술 작업과 다양한 전시에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2024.9.7.-12.1.), 국립현대미술관의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2024.5.17.-9.18.), 리움미술관 아니카 이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2024.9.5.-12.29.)등이 이 주제를 다뤘다. 이외에도 국내 유수의 기관들이 포스트휴머니즘을 주제로 전시를 개최하며, 미술계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 이상미는 “포스트휴머니즘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이자, 다양한 해법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하며, 전시를 통해 탈인간중심, AI, 환경, 인류세 등의 키워드를 포함한 주제를 탐구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을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작업으로 실천하는 8명의 작가(강주리, 김동형, 김인혜, 김재익, 둘, 안광휘, 안상범, 안진영)가 선정되었으며, 이들의 작업에 비평적 시각을 더해줄 4명의 비평가(김성호, 배은아, 임수영, 장진택)가 초빙되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복잡하지만 이 시대의 긴박한 요구로서 ‘포스트휴머니즘’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Q. 전시 주제인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해 작업적으로 어떻게 접근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어떤 키워드(인류세, 비인간, 인공지능 등등)가 본인의 작업과 연관되었으며 어떻게 표현되었나요?


강주리 (작가)

이번 전시 주제인 ‘포스터휴머니즘: 탈인간중심, 환경, 인류세 등’ 은 지속적인 나의 작업의 키워드였다. 생태 환경의 변화, 생명체의 변이, 진화에 주목하며, 회화와 설치를 통해 개체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왔다. 여러 단선을 교차,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전통적 회화 기법 중 하나인 크로스해칭 (cross-hatching)으로 그린 혼성화 되고 탈경계된 이미지들은 개체의 복합적인 성향과 양면성이 가지는 가치와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연과 문명의 구분 없는 사고방식, 생물과 무생물의 주체화에 주목하며, 문화화 되고 장식화된 생태계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기체와 무기체, 과거와 현재, 실재와 환영의 경계 넘기를 시도한 작업이다.


김재익 (작가)

인간의 활동은 기기를 통해 전파되지만, 한편으로는 변종이 되어 비인간화되고, 디지털이라는 기술의 확장으로 (온·오프라인) 공간 속에서도 기술과 생태계가 공진화한다. 작품을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부터 일상의 삶까지 거시적 사회 상황을 되짚어보는 것은, 어쩌면 단순히 미래 발전을 통한 우리의 희망이 결코 긍정적으로만 이어질 수 없다는 현상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특히 나는 인류가 진화하며 생명과 자연, 그리고 기계가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비인간화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적 미래는 가치관의 확장과 실천 지향으로부터 관계에 의한 삶을 재조명하는 것일 수 있지만, 역으로 개개인의 삶은 지워지고 데이터로서만 영원히 각인된다. 모두가 생각하는 생명과 자연의 진보화된 미래는 함께 상보적 관계를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칼을 겨누고 있는 쪽은 일방적이고, 그렇지 않은 쪽은 희생으로 덧씌워지기 때문이다. 


Q. 포스트휴머니즘을 주제로한 <장밋빛 미래:모호한 경계> 전시는 어떠셨나요?

 

장진택 (비평가)

공모전의 형식이 무색할 만큼, 선정된 작가들의 작업을 아우르는 기획력이 돋보인다. 평면, 입체, 설치 및 미디어, 퍼포먼스 등 당대의 다양한 미적 매체를 포함하는 가운데 ‘포스트휴머니즘‘의 키워드로 수렴하는 선정작들은 긍정과 부정, 그 어떤 쪽으로도 일편향적 귀결하지 않는 오늘날의 모호한 경계적 상황을 퍽 적확하게 그려낸다. 그렇듯, 전시《장밋빛 미래: 모호한 경계》를 통해 이들이 상정하는 미래의 풍경은 오로지 예술이기에 가능한 동시대 무한한 확장의 사유를 표상한다. 


(좌) 강주리, <인생 바퀴 #1>, 2021, 종이에 펜, 혼합 매체, 140 x 115 x 115 cm.

(우) 김재익, <7am (Episode2) 가장 기나긴 환멸 – 짧은 단편 서사>,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01분 32초.


Part 2.: 비평 워크숍

 

영등포구와 영등포문화재단은 비평가와 작가를 매칭해주는 사업을 진행중이다.2) 예술가의 작업의 역량을 키우고 비평의 맥락에서 작업을 고민해볼 수 있음 뿐만 아니라, 비평 워크숍이란 형태로 작업의 진행과 완성까지 비평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작가에게는 비평의 맥락에서 다각도로 자신의 작업을 돌아볼 기회를, 비평가에게는 작업의 진행과 완성까지 과정을 세심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는 총 4명의 비평가가 각 2명의 작가와 매칭되어 총 8편의 비평문이 도록에 수록된다. 김성호 비평가와 김인혜·안진영 작가, 배은아 비평가와 김재익·둘 작가, 임수영 비평가와 강주리·김동형 작가, 장진택 비평가와 안광휘·안상범 작가가 매칭되었다. 매칭은 각 비평가와 작가진에게 희망을 받아 재단이 최종 매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영등포문화재단 측은 작년 피드백을 반영해 일부 워크숍 진행 방식을 수정했다. 작년에도 동일하게 1명의 비평가가 2명의 작가와 매칭되었으나, 1:2 미팅이 진행되었다. 올해에는 비평가와 작가가 1:1로 만나, 각 작가의 작업 세계를 깊이 조명했다. 


Q.  비평 워크숍이 본인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 데 어떤 점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나요?

 

김인혜 (작가)

비평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했다. 본인의 작업을 공적인 자리에서 말로써 정리해보는 경험이 된 것도 좋은 지점이었다. 재단 측에서 참여 작가들 간의 네트워크, 비평가 매칭, 비평 워크숍 등의 부분에서 작가들을 향한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둘 (작가)

무엇보다 본인의 작품을 더 이해하고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오랜 시간 생각하고 작업해온 작품들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작품에 투영하고 있던 메세지들, 알고는 있었지만 글과 말로 정리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비평가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안광휘 (작가)

미술이라는 정의에 관해, 더더욱 그것의 제도적인 규정, 한계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엔 이론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비평의 형태로 본인의 작업을 비판하거나, 지지하거나 하는 것들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며, 스스로도 그것을 객관화하고 진단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비평가와의 대화에서 작업을 통해 더욱 집중하면 좋을 부분에 관해 피드백을 얻기도 하고, 작업이 어떻게/여전히 미술이라는 구조 안에서 유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좌)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개최된《장밋빛 미래: 모호한 경계》(2024.12.19.-2025.01.12.) 전시 전경. 정면: 둘, <신생공 v2.0.2.>,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소리 기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165 x 35 cm, 05분.

(우) 김인혜, <Around You>, 2024, 캔버스에 유채, 162.2 x 130.3 cm. 


Q.  비평 워크숍을 통해 매칭된 작가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점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김성호 (비평가)

참여하는 작가들이 전시의 주인공으로, 비평가는 이들의 작품을 주제에 부합하게 해설하고 관객에게 잘 안내해 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데, 워크숍이 작가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다만 비평가의 관심과 글쓰기 방식이 비평가마다 다르듯이, 한 작가에 대한 다양한 비평적 관점이 제공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차원에서 첫 번째 전체 워크숍은 그러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목표를 도달하는데 있어 짧은 일정과 시간적 한계가 아쉽다.

 

배은아 (비평가)

워크숍 동안에 작가들은 전시에 대해 무척 기대하고 있었고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 이전에 이루어진 대화에 작가들은 매우 집중했고, 더불어 비평가인 나 자신도 일종의 동지 관계가 되어 전시에 대한 궁금증을 더 갖게 된 것 같다. 

"나는 그들의 작업에서 이런 부분을 보았는데 큐레이터는 어떤 점을 보고 전시를 기획할 것인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공모를 통해 선별된 작가들로 꾸려진 그룹 전시이고, 한정된 예산과 시간 속에 기획되었기 때문에 모든 작가의 작품을 최고의 조건 속에 소개하는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제한 속에서 작가들이 발휘했을 유연함과 아쉬움을 감안하면서, 대화 속에 발견한 작가들의 의지와 큐레이터가 주목했던 작품의 메시지를 비평 속에 잘 담을 수 있기를 바란다.


(좌) 전시 오프닝에 선보인 안광휘 작가의 퍼포먼스.

(우) 전시장에서 상영중인 비평 워크숍 당시 모습. 


Part 3.: 공공성, 연결

 

영등포구와 영등포문화재단은 ‘스스로 돕고(自助), 서로를 도우며(共助), 새로운 공공성을 만든다(公助)’는 자공공(自共公)을 콘셉트로 2019년부터 매년 기획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은 이번 사업은 다양한 예술계 활동가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예술로 지역과 예술인,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2024년에는 지역 예술가와 지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안을 강화했다. 작가 공모 과정에서 지역 작가의 범위와 선정 비율을 확대해, 전시 참여 작가의 50%를 영등포에서 활동하거나 작업을 발표한 이력이 있는 예술가로 구성했다. 이는 지난 해 40%에서 확대된 비율이다. 특히, 올해 약 278명이 지원해 35:1의 경쟁률을 뚫고 참여 작가진이 구성되었다. 이들에게는 기획단의 큐레이팅 지원과 비평가 워크숍, 전시 연계 강연을 제공해, 작업 세계를 확장할 기회를 마련했다.

 

전시는 다수의 팝업 전시가 개최되어 일반인 관객에게도 친숙한 장소인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의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열린다. 이곳은 영등포역과 백화점 내부에 위치해있다는 뛰어난 접근성 덕에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다. 영등포구는 해당 공간을 영등포 문화재단에 지원하며 현대미술이 지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기획단은 더 많은 관람객에게 작품을 소개함과, 동시에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연결의 장을 제공하기를 기대했다.


Q. 공공기관에서 주최한 2024 기획전시 사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주세요.

 

김동형 (작가)
기획 전시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작가와 연구자가 매칭되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지원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안상범 (작가)

국공립 기관에서 주최하는 전시 공모의 수도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기획전은 공모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고 내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어서 주제를 설정하고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택하는 방식이 다른 사업들과 차별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비영리 공간이나 상업 갤러리 등에서 실시하는 공모들은 전시를 열고 단발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 반면, 이번 기획전은 비평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작가들 저마다의 고민과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공유하고 멘토링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들은 작품에 대한 비평이라는 결과물로서, 그리고 도록의 형식으로 아카이빙 된다는 점에서 단발성의 이벤트가 아닌 다방면으로 지원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안진영 (작가)

본인은 2024년도에 술술센터에서의 개인전과 이번 기획전시 피칭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영등포구에 살면서 작업하는 사람으로써, 작업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해볼 수 있기에 뿌듯했다. 공공기간에서의 주최사업이기 때문에 지원비에 대한 사항이 부족했을지 몰라도, 그 부족함을 뛰어넘는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작가님들의 열정, 그리고 도와주신 선생님들도 전시를 위해 진심인 태도 덕분에 전시를 잘 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타 사업은 공공의 이점보다는 개인의 이점에 목적을 두고 있기에 조금 더 넉넉한 예산으로 광고나 사업의 성격이 화려해보이긴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이번 기획전시사업은 좋은 예술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기에 결과물과 전시를 임하는 태도의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임수영 (비평가)

임의로 작가-비평가를 매칭하지 않고, 상호 선호도를 통해 매칭하거나, 전시가 준비되는 전, 후 과정에서 매칭 작가와 비평가가 직접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한 부분이 특히 좋았다. 만남과 대화의 과정을 주최 측과 기획자가 세심하게 조율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좌)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개최된《장밋빛 미래: 모호한 경계》(2024.12.19.-2025.01.12.) 전시 전경. 정면: 김동형, <정신적 지주>, 2024, 알루미늄 지팡이에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 타조 깃털, 끈, 인형 눈알, 가변 설치. 

(우) 안상범, <멜트다운>, 2024,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0분 43초.


Part 4.: 지속성

 

2024년 기획전시《장밋빛 미래: 모호한 경계》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고,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비평가와의 1:1 매칭, 비평문 작성, 전시 환경 제공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이는 2019년부터 6회에 걸쳐 진행하며 쌓아온 피드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이번 전시에서도 사업의 결과물을 외부에 소개하고, 사업과 전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외부 기획자 세 명을 초청해 전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Q.  이번 전시 주제 ‘포스트휴머니즘’은 올해 미술계의 주요 키워드이기도 했습니다. 포스트휴머니즘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어떠셨나요? 그리고 위 주제가 최근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서지은 (코리아나 미술관 학예사)
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 주제는 기술과 생태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대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의 각 영역을 대변할 수 있는 작가들로 균형 있게 구성되었다고 느껴졌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기획 의도가 엿보이며, 매체적·주제적으로 다채롭게 구성하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현재 인류세와 기술, 인공지능(AI)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많은 이들에게 시대적인 두려움과 흥분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미술의 장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작가들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지점을 파고들며, 이면을 탐구하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Chat GPT와 같은 AI 기술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데이터 추출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Q.  작가와 비평가의 매칭을 지원하는 ‘비평 워크숍’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현정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가장 궁금한 점은 매칭 방식이었다. 이번 비평 워크숍에서 작가와 비평가는 총 세 번의 만남을 가졌다고 들었다. 첫 번째는 모두가 함께 모여 진행한 워크숍 형태이고, 이후 두 번은 1:1 매칭으로 보다 심화된 논의를 나눴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비평문이 생산되고 최종적으로 그 결과물이 도록 형태로 발간되는 것이다. 

특히, 멘토링은 출품작에 한정되지 않고 작가의 작업 전반과 그 맥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공간만 제공되지 않았을 뿐, 입주 작가 프로그램에 준하는 수준의 지원이었다고 느꼈다. 

또한 기존의 특정 작업에 대한 조언에서 벗어나, 작가의 전체 작업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작가들이 신작이나 향후 작업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이라 생각한다. 

프로그램은 참여자의 요구와 필요를 기반으로 맞춤형으로 설계되었고, 비평가와 기획자 또한 해당 주제에 깊이 천착하는 분들로 매칭되어 논의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프로그램을 기획한 팀의 역량과 경험이 잘 혼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Q. 공공기관에서 주최한 2024 기획전시 사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주세요.

 

현민혜 (G gallery 기획자)

이번 기획 전시 사업은 주제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들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작가들에게 우대가 있었는데, 사실 영등포 문래는 예전부터 예술가들이 모여 작업하고 발표하며 예술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지역에서의 예술 활동이 많이 줄어든 것이 눈에 띄어 아쉬움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 필요하며, 이러한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등포문화재단의 기획 전시가 6년간 꾸준히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적극적으로 수용한 데 있다. 이는 그들이 스스로를 성찰하며 지역 예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매년 지역 작가를 선발하고 발굴해 그 결과물을 영등포 지역에서 선보였다는 점 역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수많은 인터뷰이의 답변을 통해 떠오른 단어는 ‘정성’이다. 전시에 대해 정량적인 평가를 하지 않더라도, 참여자들이 쏟아낸 정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안진영, <투명 어둠망토(.), 바람과 함께 부는 불, 따뜻한 검정, 애쓰는 마음은 '0'이 될 수 없어, 따뜻한 검정, 투명 어둠망토(.), 시선을 끌기도 숨기기도 그리고 보호해주는>, 2024, 장지에 중성잉크, 먹물, 103 x 33 cm (x8).


1) 프란체스카 페란도, 『철학적 포스트휴머니즘』, 2021, 이지선 역, 아카넷, pp. 59-60.

2) 201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비평인력 전문화 및 우수 비평문 양산을 위해 시각예술 비평가-매체 매칭 지원사업을 진행해오며 매년 약 10명 이상의 비평가가 매체에 글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020년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사업으로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지원’을 추진하여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역량 강화와 지역 미술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5~7개 기관과 작가 개인을 매칭하여 심층 비평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각종 레지던시는 부대 프로그램으로 선발된 기수의 예술가들과 내,외부 비평가를 매칭하여 워크숍, 전시 참여, 출판 등의 지원을 해나가고 있다.

 

Editor • Interviewer 최은총(독립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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